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데 대해 국민 절반 이상은 부정적이다. 특별법 골자는 사전 타당성 조사 등 절차를 최대한 단축해 공항을 서둘러 짓겠다는 것이다. 그간 여러 번 번복돼 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무조건 짓겠다는 것이다. 그간 논란 때문에 불가역적인 특별법을 만든 것인데, 역설적으로 논란이 많은 만큼 신중히 진행돼야 한다.

현재로선 예비타당성 조사도 건너뛸 분위기여서 되돌릴 수 없는 실수를 하는 건 아닌지 참으로 우려스럽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정부 재정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사업의 정책적·경제적 타당성을 사전에 검증·평가하기 위한 제도다. 1999년 김대중 정부 때 도입돼,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에 국고 지원이 300억원을 넘는 사업 등을 대상으로 한다. 수조원의 국책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도 하지 않고 진행했다가 대형사고가 불거지면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국토부가 홍콩 첵랍콕 공항, 싱가포르 창이 공항 등 해외 주요 해상매립 공항 현황과 비교한 자료를 보면 가덕도 신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공항이 될 것이 자명하다. 가덕도는 안전성, 경제성, 접근성, 환경성, 사회적 비용 등을 계량한 평가에서도 다른 후보지와 비교해 꼴찌였다.

툭하면 터지는 대형 재난사고가 기본을 무시했기 때문이라는 걸 알면서도, 역대급 대형 재난사고를 초래할 수도 있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예비타당성 조사도 없이 밀어붙이는 여야 정치인을 보면서 국민은 불안하다.

일을 못하는 사람과는 일을 해도 ‘믿을 수 없는 사람’과는 일을 같이 못하는 법이다. 나라를 이끄는 정치인들을 믿을 수 없는 지경이 됐으니, 나라의 미래도 불안하다. 잘 못 된 걸 알면서도 입 꾹 다물고 당장 ‘부산시장직’만 차지하면 된다는 여야의 태도를 보며 믿을 수 없는 정치꾼만 모였다는 확신이 들 뿐이다. 이 매머드급 사업은 분명 훗날 정권이 바뀌면 재조명되게 될 것이다. 그때 결정에 나섰던 정치인들은 줄줄이 소환될 것이다. 정치인의 결정은 역사가 된다. 그리고 그 역사에는 책임이 따른다. 잘못된 역사적 결정은 국민의 생명과 삶에 되돌릴 수 없는 위협으로 돌아오곤 했다. 되돌릴 수 없게 만든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되돌릴 수 없는 역사의 오점으로 남는 것은 아닌지 참으로 우려스럽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예비타당성 조사는 꼭 선행돼야 할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