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남원=류보영 기자] 설 명절 첫날인 11일 오후 임실군 성수면 행정복지센터 앞에 ‘아들아! 딸아! 이번 설에도 오지마라! 코로나 안 걸리게 우리도 안갈란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천지일보 2021.2.11
[천지일보 남원=류보영 기자] 설 명절 첫날인 11일 오후 임실군 성수면 행정복지센터 앞에 ‘아들아! 딸아! 이번 설에도 오지마라! 코로나 안 걸리게 우리도 안갈란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천지일보 2021.2.11

30대 “결혼 질문, 정말 스트레스였다”

60대 “가족 못 모이니까 좀 서운해”

방역조치로 시민 다수, 고향방문 자제

[천지일보=양효선, 홍보영 기자] “가사 일이나 곤란한 잔소리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 자유로워졌어요!” - 손예진씨(가명, 30대, 여).

“남편과 나 이렇게 우리 둘 하고, 아들·며느리에 손자 둘까지 오면 모두 6명이니 (고향에) 오라고 할 수가 없잖아요. 너무나 아쉬워요.” - 민영자씨(가명, 70대, 여, 수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가 연장되면서 시민들의 고향 방문이 예년보다 감소한 가운데 각기 다른 세대별 반응이 나오고 있다.

취직이나 결혼 등을 하지 않은 상황의 30~40세대들은 부모님이나 친지들로부터 ‘명절 잔소리’를 피할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이 나온 반면, 손자들의 얼굴을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은 입장의 60~70세대들은 ‘코로나로 가족들을 만날 수 없어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인천에 사는 직장인 오수연(가명, 40대, 여)씨는 명절마다 찾아뵙던 부모님 댁에 올해는 가지 않기로 했다. 코로나19 방역조치를 따라 결정한 부분이지만 그는 덕분에 명절 잔소리를 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 연휴 첫날인 11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가 한산하다. ⓒ천지일보 2021.2.1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 연휴 첫날인 11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가 한산하다. ⓒ천지일보 2021.2.11

미혼인 오씨는 “명절 때마다 부모님과 친척들에게 ‘결혼은 언제 할 거니’ ‘사귀는 사람은 아직 없니’ 등의 질문을 받으면 정말 스트레스였다”면서 “올해는 가족 모임의 단골 소재인 취업·결혼 이야기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났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설 이동 자제 방침이 정말 고맙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반면 수원에 사는 민영자씨(가명, 70대, 여)는 자녀들에게 방문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면서도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다.

민씨는 “정부 지침에 따라 5인 이상 모임하면 안 된다. 아들이 공무원인데 혹시 모이는 것 보고 주변에서 신고할까봐 오지 못하게 했다”면서도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박미숙(가명, 60대, 여, 창원시)씨는 “아들들이 다 서울에 있는데 4명 이상 못 모이니까 (만날 수 없고) 좀 서운하다. 아마 (다른) 부모들 다 마음이 좋지 않을 것”이라며 “(명절 음식) 부침을 할 때마다 우리 아들 며느리들, 손자들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가 빨리 물러가서 명절 때 가족들 만나고 그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만난 대다수의 시민들은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고향 방문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가장인 윤성환(30대, 남)씨는 “명절마다 온 가족이 모였지만 올해는 양가 부모님 집에 방문하지 않기로 했다”며 “그렇게 해야 (코로나가) 빨리 종식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은진(가명, 40대, 주부)씨도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거나 즐겨 드시는 영양제를 홈쇼핑 장바구니에 담으시면 저희가 결재해서 부모님께 보내드리기로 했다”며 고향 방문을 자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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