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생태도시는 사람과 자연환경 및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환경친화적 도시를 일컫는다. 생태도시는 한마디로 지속 가능한 도시이다. 도시가 하나의 유기적 복합체로 기능하는 도시로, 도시 활동과 공간 구조가 생태계의 속성인 다양성·자립성·순환성·안정성을 갖춘 도시이다. 이러한 여건을 갖춘 생태도시로 가장 유명한 곳이 바로 브라질의 꾸리찌바라는 도시이다.

‘지구에서 환경적으로 가장 올바르게 사는 도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도시’ ‘세계에서 가장 현명한 도시’로 평가받는 도시 꾸리찌바는 그곳에 살고 있는 시민들도 자신들이 살고 있는 도시를 ‘브라질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거대한 숲 속에 묻혀 있는 녹색 도시’ 등으로 표현한다.

꾸리찌바는 무엇보다 우수한 도로 교통 체계로 유명하다. 꾸리찌바에는 지하철이 없다. 버스를 땅 위의 지하철 삼아 입체적인 대중교통 노선을 개발해 교통난을 해소했다. 그것이 우리나라 대도시에 도입되기도 한 간선급행버스(BRT) 중심의 대중교통시스템이다. 도로 체계 이외에 눈에 띄는 것은 3대의 버스를 이어 붙인 형태의 굴절형 버스와 장애인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원통형 버스 승강장이다. 굴절형 버스는 5개의 옆문을 통해 270명의 승객이 한 번에 오르내릴 수 있다.

꾸리찌바는 숲의 도시이다. 도심지가 아닌 곳에서는 건물을 지을 때 간선 도로로부터 5m의 공간을 확보하고 나무를 심었다. 이렇게 심은 나무가 약 100만 그루에 달하며, 시민 1인당 공원 면적도 약 100배나 증가했다. 반면 주거지역에서는 전체 면적의 50%에만 건물을 지을 수 있게 하고, 나머지는 자연 상태로 남겨 두어 토양의 빗물 흡수를 늘렸다. 이리하여 1971년에 주민 1인당 불과 0.5㎡의 녹지만을 가진 황폐한 도시였던 꾸리찌바가 오늘날에는 주민 1인당 52㎡의 녹지를 보유하게 됐다. 이는 유엔과 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한 수치의 4배 이상이나 되는 엄청난 면적으로 노르웨이 오슬로에 이에 세계 두 번째 규모이다.

쓰레기 관련 정책도 꾸리찌바를 희망의 도시로 만들어 놓았다. 주민들에게 분리수거를 독려해 재활용품의 재활용률을 높였으며, 분리수거된 물품들을 농산물이나 생활용품으로 바꾸어 가난한 사람들의 생계에 보탬이 되도록 했다. 시에서는 쓰레기를 수거해 오는 지역 주민들에게 쓰레기 5kg당 1개의 농산물 자루 또는 버스토큰을 지급한다. 어린 학생들이 재활용품을 가져오면 학용품으로 바꿔 주기도 했다. 분리 수거물품 재생공장에서는 알코올 중독자, 실업자, 장애인을 고용해 이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재활용 및 쓰레기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꾸리찌바는 가난한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주고, 생활의 질 향상과 영양 개선뿐만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추가로 제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꾸리찌바가 처음부터 생태도시로 출발한 것은 아니었다. 꾸리찌바는 16세기 중엽 포르투갈에서 온 이주민들이 모여 살면서 세운 도시로, 제2차 세계대전 후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그러나 꾸리찌바도 개발도상국의 여느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급속한 인구 증가와 무질서한 개발로 환경오염이 심한 도시였다.

이러한 꾸리찌바를 오늘날의 생태도시로 바꾼 것은 1971년부터 1992년까지 이 도시의 시장을 지낸 자이메 레르네르의 정책 덕분이었다. 건축가였던 레르네르 시장은 도시 중심가의 교통 혼잡을 줄이고 역사적인 건물들을 보존하는 등의 도시계획을 강력한 리더십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자동차 도로를 없애고 보행자 도로를 만들 때 이에 반발한 일부 시민들이 대규모 자동차 시위를 계획하자 도로에서 어린이 사생대회를 개최해 이를 저지한 에피소드는 유명하다. 지금도 그 전통을 이어 매년 보행자 도로에는 어린이 그림그리기 대회가 열린다.

하지만 꾸리찌바는 시장 일인의 힘으로만 생태도시로 거듭난 것은 아니었다. 모든 꾸리찌바 시민들이 도시의 주인이 돼 의무와 책임을 다하고, 시와 시장 역시 그들을 섬기면서 살기 좋은 삶터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기에 오늘의 꾸리찌바가 있게 됐다. 이들이 오늘의 꾸리찌바를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동력으로 삼는 것은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상식에 토대를 둔 도시 관리였다.

​오는 4월에는 우리나라의 대표도시인 서울과 부산에서 새로이 시장을 선출한다. 차제에 우리나라도 꾸리찌바 버금가는 생태도시 서울, 부산을 설계할 지도자가 선출되면 좋겠다. 그리하여 제2, 제3의 꾸리찌바가 곳곳에 생겨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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