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칼럼] 매화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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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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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생한불매향(梅一生寒不賣香), 매화는 일생동안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매화는 지조와 절개의 꽃이요, 선비의 상징이다. 눈 속에서 꽃을 피우고 은은한 향기를 가득 채우지만 결코 기품을 잃지 않는다.

한겨울에도 꽃과 향을 피우는 매화를 조선 중기의 문신 상촌 신흠은 속세의 옳지 않은 일에 타협하지 않음으로써 절개와 지조를 지켜 기품을 잃지 않는 선비에 빗대어 이렇게 표현했다.

매화는 ‘한겨울이 되어야 송백의 푸르름을 알 수 있듯이 (세한지송백/歳寒知松柏)’ 세찬 눈보라 속에서 꽃과 향, 그 진가를 드러내어 옛부터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아 왔다. 특히 추운 날씨에도 굳은 기개로 피는 꽃과 더불어 은은하게 배어나는 향기, 즉 매향(梅香) 때문에 더욱 사랑을 받아왔다.

매화 향기를 일컬어 흔히 ‘암향부동(暗香浮動)’이라고 한다. 암향부동은 매화의 자태, 매화의 분위기를 상징하는 말로 향기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윽한 향이 은은하게 퍼지면서 은근한 느낌이 있는 분위기를 가리킨다.

중국 서호(西湖)의 고산(孤山)에 20년 동안 은거하면서 매화를 아내로 학을 아들로 삼고 살았다는 북송(北宋)시대 사람 임포는 그의 시 ‘산원소매(山園小梅)’에서 “은은한 향기는 황혼의 달빛 아래에 떠다니네(暗香浮動月黃昏)”라며 매화의 맑고 빼어난, 고결하고 단정하면서도 그윽한 운치를 묘사하고 있다.

매화는 서리와 눈을 두려워하지 아니하고 언 땅 위에 고운 꽃을 피워 맑은 향기를 뿜어낼 뿐 아니라 온갖 꽃이 미처 피기도 전에 맨 먼저 피어나서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 준다. 매화는 창연한 고전미가 있고 말할 수 없이 청고(淸高)해 가장 동양적인 인상을 주는 꽃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매화는 난(蘭)·국(菊)·죽(竹)과 더불어 사군자(四君子)라 일컫기도 하고 불로상록(不老常綠)의 솔·대와 더불어 세한삼우(歲寒三友)라 하기도 한다. 또 매화와 대나무를 이아(二雅)로, 매화와 대나무와 솔을 삼청(三淸)으로, 매화·대나무·난초·국화·연꽃을 오우(五友)로 부르기도 한다.

매화는 많은 종류가 있지만 동지 전에 피는 것을 조매(早梅)라 하고, 봄이 오기 전 눈이 내릴 때 피는 것을 설중매(雪中梅)라고 하고 한매(寒梅) 또는 동매(冬梅)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그 가지가 구부러지고 푸른 이끼가 끼고 비늘 같은 껍질이 생겨 파리하게 보이는 것을 고매(古梅)라 해 귀히 여긴다. 통도사의 자장매나 화엄사 홍매 등이 고매에 해당한다. 아울러 색에 따라 희면 ‘백매(白梅)’, 붉으면 ‘홍매(紅梅)’라 부른다.

매화의 원산지는 중국 사천성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문헌상에 나타난 매화에 관한 우리나라 최초의 기록은 ‘삼국사기’에서 고구려 대무신왕(大武神王) 24년(41년) 8월에 “매화꽃이 피었다”라는 기록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매화나무는 정당매(政堂梅)이다. 이 나무는 ‘양화소록(養花小錄)’의 편찬자인 강희안의 조부인 강회백이 심은 나무이다. 정당매는 강회백의 벼슬이 정당문학(政堂文學)을 지냈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조선 전기의 문신인 김일손은 ‘정당매기(政堂梅記)’를 남겼다. 지리산 자락의 단속사에 살고 있는 정당매는 600년의 세월을 견디며 아직도 새하얀 꽃을 피우고 있다.

지리산 자락 산청에는 정당매와 더불어 고려말의 원정공 하즙이 심었다는 남사마을의 홍매인 원정매, 남명조식 선생이 산천재에 심어 즐겼다는 남명매가 있다. 모두 수령이 500년 내외의 고매들로 이 셋을 일컬어 산청삼매(山淸三梅)라 부른다.

조선의 화백 단원 김홍도도 매화를 무척 사랑했다고 한다. 그와 관련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하루는 어떤 사람이 매화나무를 팔려고 왔지만 김홍도는 돈이 없어 살 수 없었다. 마침 어떤 사람이 단원에게 그림을 청하고 그 사례비로 3000냥을 주자 김홍도는 2000냥으로 매화나무를 사고 800냥으로 술을 사서 친구들과 함께 마셨다. 그래서 이를 ‘매화음(梅花飮)’이라 한다.

매화에 얽힌 얘기는 아주 많지만 퇴계 이황의 유언 중 “매화 분재에 물을 주거라”도 빼놓을 수 없다. 이황과 같은 안동 출신으로 독립운동을 하다가 베이징 감옥에서 죽은 이육사의 ‘광야’도 매화의 의미를 강하게 전달하는 작품이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바야흐로 섬진강 남쪽 마을에서부터 매화가 달려오기 시작하는 춘삼월이다. 맑고 은은하면서도 고매한 기품을 잃지 않은 매화의 향과 자태가 새삼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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