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정곤)가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취재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1.01.08.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정곤)가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취재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출처: 뉴시스)

日정부, 주일대사 초치 등 강하게 반발

외교부 “법원 판단 존중… 한일 협력 바라”

전문가 “피해자·日정부 구도, 韓 할 일 없어”

“日측 불신 높아져… 어떤 제안도 받지 않을 듯”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우리 법원이 일본 정부에게 직접 위안부 피해자에 배상할 것을 판결하면서 한일관계도 더욱 악화일로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 인정은 피해자 측과 대부분의 국민 입장에서 분명히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이미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 등으로 갈등의 골이 깊은 한일관계에는 악영향일 수밖에 없다.

◆‘위안부 재판’ 원고 승소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정곤 부장판사)는 8일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는 지난 2016년 1월 사건이 정식 재판으로 회부된 뒤 5년만이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여러 건 있으나, 이 중 판결이 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장 일본 정부는 국제법을 부정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제법상 국가가 다른 나라 법정에서 소송 당사자로 재판받지 않는다는 ‘주권 면제’ 원칙을 깼다는 것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한국 정부에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강하게 요구해 나갈 것”이라며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또한 “한국의 재판권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일본은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할 생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일본 외무성도 남관표 주일대사를 초치해 강력히 항의했다. 외무성은 이 자리에서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2015년 위안부 합의로 모두 해결됐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밝혔다.

반면 우리 외교부는 판결 이후 6시간만에 논평을 내고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일 간 협력이 계속되기를 바란다”며 이번 판결의 파장이 최소화하도록 고심하는 분위기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6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473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새해 들어 처음 열린 가운데 정의기억연대 관계자가 소녀상 철야 농성을 1835일째 이어가고 있다. 지난 1992년 1월 8일부터 시작된 정기 수요시위는 올해로 29년째를 맞이했다. ⓒ천지일보 2021.1.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6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473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새해 들어 처음 열린 가운데 정의기억연대 관계자가 소녀상 철야 농성을 1835일째 이어가고 있다. 지난 1992년 1월 8일부터 시작된 정기 수요시위는 올해로 29년째를 맞이했다. ⓒ천지일보 2021.1.6

◆日정부가 당사자… 파장 커질 듯

여전히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특히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강제징용 피해 배상과 달리 일본 정부에 직접 배상을 요구해 파장은 더욱 클 전망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강제징용 문제와 달리 위안부 문제는 피해자 측이 2015년 12월 위안부 합의안을 거부하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서 “피해자 측과 일본 정부 간의 문제가 돼 일본 정부 역시 외교적으로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 올해 상반기 내내 한일 간 긴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법적 절차를 보자면 강제징용 소송과 같이 공시 송달, 매각 명령 등을 거칠 텐데, 과거사 문제가 계속해서 양국 간의 악재가 될 것”이라면서 “결국 과거사 문제를 전체적·통괄적으로 풀어야 할 상황이 됐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일본 측의 불신이 강해지면서 우리 정부가 제안하는 어떤 제안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올해 도쿄올림픽 등을 계기로 한일관계, 북미관계를 선순환할 수 있는 구도로 만들어가자는 생각이었는데 상당한 차질이 빚어졌다”며 “판결 집행까지는 2~3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일본이 경제보복을 하지는 않겠지만, 한일 간 관계 개선의 여지는 더 멀어졌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교롭게도 이 판결은 한일 양국이 상호 대사 교체를 발표한 날 나왔다. 외교부는 주일본대사에 강창일 전 의원을 임명했고, 일본 정부 역시 아이보시 고이치 주이스라엘 대사를 신임 주한대사로 발령했다. 두 대사는 1월 중에 현지에 부임한다.

[도쿄=AP/뉴시스] 작년 12월 일본 도쿄 오다이바 해상공원에 올림픽 상징인 오륜 조형물을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다. 지난 8월 철거됐던 조형물은 4개월 만에 다시 설치됐다. 2021.01.08.
[도쿄=AP/뉴시스] 작년 12월 일본 도쿄 오다이바 해상공원에 올림픽 상징인 오륜 조형물을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다. 지난 8월 철거됐던 조형물은 4개월 만에 다시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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