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6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473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새해 들어 처음 열린 가운데 정의기억연대 관계자가 소녀상 철야 농성을 1835일째 이어가고 있다. 지난 1992년 1월 8일부터 시작된 정기 수요시위는 올해로 29년째를 맞이했다. ⓒ천지일보 2021.1.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6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473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새해 들어 처음 열린 가운데 정의기억연대 관계자가 소녀상 철야 농성을 1835일째 이어가고 있다. 지난 1992년 1월 8일부터 시작된 정기 수요시위는 올해로 29년째를 맞이했다. ⓒ천지일보 2021.1.6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법원이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야한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정곤 부장판사)는 8일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식 재판에 회부된 지 약 5년 만이다.

재판부는 “외국 국가를 피고로 하는 소송에서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 국제 관습법인 국가주권면제가 이 사건에서도 적용돼 우리 법원이 피고에 대한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는지가 문제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은 피고에 의해 계획·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된 반인도적 행위로 국제 강행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국가면제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일본 정부에 대한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비가 내린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빗물이 고여 있다. ⓒ천지일보 2020.8.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빗물이 고여 있다. ⓒ천지일보 DB

그러면서 “우리 헌법 제27조 제1항, UN ‘세계인권선언’ 제8조에서도 재판받을 권리를 천명하고 있다”며 “재판받을 권리는 다른 실체적 기본권과 더불어 충분히 보호되고 보장받아야 할 기본권”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UN 국제법 위원회의 2001년 ‘국제위법행위에 대한 국가책임 협약 초안’ 해설에서 거시한 노예제 및 노예무역 금지 등을 절대규범의 예로 들며 이번 재판의 타당성도 강조했다.

또 “위안부 범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도쿄재판소 헌장에서 처벌하기로 정한 ‘인도에 반한 범죄’에 해당한다”며 “증거와 각종자료, 변론취지를 종합하면 피고의 불법행위도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원고들은 상상하기 힘든 극심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시달린 걸로 보인다”며 “원고들이 배상을 받지 못한 사정을 볼 때 위자료는 원고들이 청구한 각 1억원 이상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 측 청구를 모두 인용한다”고 판시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정곤)가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김강원 변호사가 판결 후 인터뷰 장소로 향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2021.01.08.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정곤)가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김강원 변호사가 판결 후 인터뷰 장소로 향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2021.01.08.

판결이 끝난 뒤 위안부 측 대리인인 김강원 변호사는 “정말 감개무량”이라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그간 당했던 것에 대한 최초의 판결이지 않나”고 소감을 전했다.

김 변호사는 “일본을 상대로 주권 면제를 넘어서고, 오늘 같은 판결을 선고받을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 (재판 과정 중) 제일 어려웠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에 대해선 “큰 파장이 있을 것 같다”며 “문명국가라고 하는 국가가 아직까지 이렇게 반윤리적이고, 반인륜적인 행위를 했다는 것이지 않냐”고 꼬집었다.

강제집행 등과 관련해선 “강제집행 가능한 재산이 있는지는 별도로 검토를 해야 할 사항”이라며 “원고는 위안부 할머니고 피고는 일본이기에 (집행과정을) 한국 정부와 논리 필연적으로 협의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정곤)가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취재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1.01.08.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정곤)가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취재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1.01.08.

배춘희 할머니 등은 2013년 8월 일제강점기에 폭력을 사용하거나 속이는 방식으로 위안부를 차출한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각 위자료 1억원씩을 청구하는 조정 신청을 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주권국가는 타국 법정에서 재판 받을 수 없다는 ‘주권면제’ 원칙을 내세워 소송 접수를 거부했다. 헤이그송달협약 13조는 자국의 안보 또는 주권을 침해하는 경우에 송달을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조정 신청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 사건은 2016년 1월 28일 정식 재판으로 넘어갔고, 소송제기 약 4년 만인 지난해 4월 첫 재판이 진행됐다. 법원은 공시송달을 통해 직권으로 일본 정부에 소장을 전했다.

공시송달이란 당사자의 주소를 알 수 없거나 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에 불응할 경우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재판 내용을 게재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내용이 알려진 것으로 보는 제도다.

이 판결은 위안부 손해배상 소송 중 첫 번째다. 오는 13일에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대리하는 소송 1심 선고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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