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코로나 확진자가 대규모로 발생하자 방역당국은 ‘코호트 격리’ 조치를 취했다. 병원에 있던 사람들 모두를 그대로 한 건물에 격리시킨 것인데 이 조치 이후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코호트 격리의 의미를 새기지 못하고 현실에 기계적으로 적용한 탓에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빼앗겼다.

요양병원에 코호트 격리된 이후 확진자가 폭증했다. 청도 대남병원은 입원환자 104명 중 10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울산 양지요양병원에서는 243명, 부천 효플러스요양병원에서는 166명,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에서는 215명이 확진됐다. 코호트 격리된 뒤 확진자가 100명 이상 발생한 또 다른 병원이 수두룩하다.

코호트 격리된 뒤 사망자 또한 폭증했다. 청도 대남병원은 104명 중 7명이 사망했다. 울산 양지요양병원에서는 24명이 사망했다. 경기도 부천의 효플러스요양병원의 경우 사망자가 47명에 이른다. 병원에서 외부의 병실로 옮기기 위해 대기하다 죽은 환자만 27명에 이른다고 한다.

요양병원이 어떤 곳인가? 대부분의 경우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입원한다. 요양병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자 확진자와 비확진자를 한 곳에 그대로 몰아넣는 방식으로 ‘함께 격리’ 조치 했으니 감염이 확산되지 않을 수 없었다. 확진자와 비확진자 또는 접촉자를 분리시키는 것이 코호트 격리의 취지일 텐데 이들 모두를 뒤섞어 격리시키고 대처가 불가능할 정도의 적은 의료인들에게 전담시켰다.

이게 누구의 책임이겠는가?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고 문 대통령의 책임이고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책임이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책임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책임이고 송철호 울산시장의 책임이고 권영진 대구시장의 책임이다. 책임자들은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있지 않고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방역당국이 현재 모습의 ‘코호트 격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국가기관 전체 차원에서 보면 감염병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는 점이고 사회 전체로 보면 한 사람도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상이 정립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정신병동과 요양병원, 요양원,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감염병이 발생할 경우 치료를 잘 못해서 희생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게 하겠다는 생각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이 있었다면 국가 차원에서 미리미리 준비를 했을 것이다.

우리 국민은 ‘사람이 먼저’라는 구호를 걸고 집권한 정부가 있음에도 정신병원과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사람들은 맨 후순위에 놓여 있는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사람이 뒷전’인 사회를 ‘사람이 먼저’인 사회로 변화시키려면 의료 인프라 확대와 공공의료기관 확충, 공공의료 인력 확충이 반드시 따라야 했다. 하지만 그런 변화는 없었다. 집권당이 과반을 넘지 못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했던 민주당이다. 하지만 지난 4월 총선 이후에도 별로 달라진 게 없는 민주당이다.

메르스 참사로도 별다른 교훈을 얻지 못했다. 메르스 때 국가의 이름으로 약속한 음압병상이라도 확충하고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을 만들었다면 훨씬 수월하게 코로나를 이겨낼 수 있었고 의지할 데 없는 노인들과 정신병동에 갇힌 사람들, 사회적 약자들이 무차별적인 코호트 격리로 희생되는 일도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국가의 직무유기로 무수한 생명이 쓰러져갔다.

정치권은 어떤가? 현재 민주당과 국민의힘이라는 양당체제는 메르스 때도 같은 양당체제였다. 의석 분포가 달라지긴 했지만 이들 2개 정당이 합의하면 못할 일이 없는 대한민국이다. 하지만 이들은 메르스 때 스스로가 한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실질적인 입법 조치는 놀랄 정도로 하지 않았다. 이 두 정당이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비판을 받고 사실상 한 패거리라는 말을 듣는 건 우연이 아니다.

두 당에 대한 책임 묻기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 점 역시 놀라운 일이다. 국민들은 모두 잊어버린 것일까? 촛불 든 수많은 사람들은 지금 이들 양당의 대국민 약속 파기와 직무유기에 대해 왜 책임을 묻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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