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코로나 습격 이후 층간소음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이 전년도 같은 기간(2만 3843건)보다 51% 증가했다. 필자도 윗집에서 나는 층간소음이 눈에 띄게 늘어난 걸 느낀다. 학생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크게 늘어난 결과다.

우리 사회에서 층간소음 문제는 해결될 길이 안 보이는 대표적인 문제다. 우리나라 사람이 유독 층간소음을 많이 만드는 민족이거나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 건 아닐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층간소음은 난다. 그들은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우리나라 층간소음 문제는 왜 해결의 실마리가 안 보이는 걸까?

동네 사는 주민이 몇 개월 만에 유골로 발견됐다는 뉴스가 끊이지 않고 등장하는 사회가 대한민국이다. 각자도생 사회의 비극이다. 생활고를 비관해 음독자살을 했다거나 자녀를 죽이고 자신도 죽었다는 뉴스 또한 각자도생 사회의 비극적 단면이다.

이웃 간에 층간소음 문제로 다투다 사람이 죽었다는 뉴스 또한 같은 성격의 문제다. 층간소음 문제는 겉으로 보기에는 개인 사이의 문제로 보이지만 실제는 개인 간의 문제를 넘어서는 문제다. 사회적인 문제인 것이다. 공동체 또는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일이다.

다른 나라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독일은 층간소음 문제는 임대차에서 퇴거 사유가 될 만큼 큰 문제로 다루고 있다. 일종의 범죄로 본다. ‘일반인이나 이웃을 괴롭히거나 타인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불필요한 소음 배출’ 행위는 위법이고 우리 돈으로 600만원 상당의 벌금을 내야 한다. 층간소음을 일으켜서는 안 되는 ‘조용히 해야 하는 시간(Ruhezeit)’을 법으로 정한 공해방지법이 실행되고 있다. 이 시간에는 세탁기 또는 청소기를 돌리거나 드릴 작업을 하거나 못을 박거나 파티를 하면 곤란하다. 음악을 듣거나 음악을 연주하는 것도 곤란할 수 있다. 지역마다 시간은 다소 다르다. 어떤 지역은 평일과 토요일은 밤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일요일과 공휴일은 하루 종일 조용히 해야 하고 요일에 관계없이 낮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조용히 지내야 한다. 또 다른 지역은 저녁 시간이 좀 더 늦춰지기도 아침 시간이 조금 다르기도 하고 일요일도 시간을 정하기도 한다.

미국은 원칙적으로 층간소음 문제는 100% 국가기관이 나서서 해결한다. 워싱턴 디시에서는 공동주택 안에서 소란행위를 야기하면 벌금 250달러 또는 90일 이하의 구류에 처한다. 스위스에서는 소음방지법에 따라 밤 10시가 넘으면 변기 물 내리는 것도 금지돼 있다. 차 문을 크게 닫으면 안 되고 주말에는 잔디를 깎는 것도 안 된다.

우리나라는 ‘소음·진동관리법’과 ‘주택법’ 규정에 근거해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이 제정되고 환경공단 아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두고 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일단 권한이 너무나 약하고 인력도 크게 모자란다. 다른 나라의 경우 아파트 관리소장이 층간소음 문제에 대해 절대적 권한을 갖고 있는 데 비해 우리는 동대표나 주민대표가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나마 그 권한도 미약하기 짝이 없다.

층간소음은 입증도 어렵고 처벌도 거의 되지 않는다. 10만원 과태료를 매기면 다행이다. 법령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고 국가기관은 손을 놓고 있다. 그러는 사이 이웃주민 간에 갈등과 투쟁이 무한대로 확대되고 있다. 각자도생사회의 비극이다.

층간소음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하고 이 합의가 법령으로 반영되고 법령이 지켜야 하는 소중한 가치로 정착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이 과정이 송두리째 비어 있다. 결과는 참혹하고 끔찍하다. 층간소음 현장에서 살인사건이 빈번히 나는 게 우연이 아니다. 국가의 직무유기 속에 각자도생 무한갈등 무한대립 속에 보복 공격이 감행되는 것이다.

이웃끼리의 공존과 상생을 가로 막는 방해자는 누구인가? 바로 국가다. 국가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않을 때 생기는 비극이 바로 층간소음 참사다. 국가와 사회가 나서야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고 이웃 간에 평화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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