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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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년 같으면 송년 모임들로 술자리가 잦을 연말이 코로나19 ‘3차 대유행’ 사태 확산으로 모임들이 취소되거나 유예되며 평상과 다른 변화(?) 시절을 맞이하고 있다. 적당한 음주는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하지만 친지나 친구들과 함께하는 송년이나 신년 모임의 술자리에서 음주를 적당량으로 조절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술에 들어 있는 알코올은 우리 몸의 주요 장기인 간(肝)의 기능을 흩트려 우리 몸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데, 알코올로부터 간을 보호하기 위한 음주 습관은 어떻게 길들여야 할까.

술을 마시면 심리 상태가 이완되며 잠시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은 음주로 우리 몸에 들어온 알코올이 혈액을 통해 뇌를 비롯한 신체의 모든 세포들로 빠르게 확산되어 영향을 미치며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자신의 주량에 넘치게 술을 마시면 과도한 알코올이 뇌세포나 근육세포를 평상보다 더 강하게 자극해 소리를 높여 막말을 하거나 폭력 행사와 같은 과격한 행동을 할 수도 있다. 과음을 한 다음 날 아침에는 두통, 구토, 설사, 피로감, 수면장애, 집중력 저하 등과 같은 숙취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사실들을 알면서도 음주를 계속하는 것을 보면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의 유혹감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는데, 이런 알코올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간의 기능을 흩트리는 알코올에 대한 올바른 상식이 필요하다.

간(肝)은 우리 몸의 에너지원이 되는 당(糖)을 혈액으로 공급해주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해주는 담즙을 생성하며, 혈장 단백질의 합성과 함께 알코올, 니코틴, 약물 등의 독성물질을 분해해서 제거해주는 역할을 하는 주요 장기이다. 그래서 과음이나 잦은 음주로 간이 손상되면 건강을 크게 해치게 되는 것이다.

음주로 체내에 들어온 알코올은 간에서 두 단계의 분해과정을 거쳐 배출된다. 먼저 알코올은 알코올 탈수소효소(ADH)에 의해 분해되어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라는 독성물질로 바뀌며, 아세트알데히드는 알데히드 탈수소효소(ALDH)에 의해 독성이 없는 아세트산으로 전환되어 세포의 에너지원으로 이용되거나 몸 밖으로 배출된다. 그러나 과음을 하면 아세트알데히드가 평상시보다 더 많이 생성되어 아세트산으로 전환되지 못한 아세트알데히드가 간에 축적되어 숙취 현상과 함께 간에 손상이 발생하게 된다.

간에 저장되어 있는 지방은 혈액을 통해 온몸의 지방세포로 운반되어 이용되는데, 술을 자주 그리고 많이 마시면 간세포가 알코올 해독작용에 관여하느라 운반되지 못한 잔여 지방이 간세포 내에 축적이 된다. 간세포에 지방이 쌓이면 간이 비대해지면서 붓고 단단해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피부나 눈의 흰자위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 증상을 보이는 알코올성 간염(肝炎, hepatitis)이 발생한다. 간염이 지속되면 간세포가 죽기 시작하며 혈액이 정상적으로 흐르지 못해 체중감소, 피로감, 식욕부진, 복수, 오심, 황달 등의 증상을 보이는 간경화(肝硬化)로 진전이 되고, 심해질 경우 DNA가 손상되어 간암(肝癌)으로 진전될 수 있다.

알코올성 간염이나 간경화증의 유발은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사람마다 또는 성별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데, 이는 개인에 따라 알코올의 작용에 대응하는 유전적 요인과 알코올 대사에 관여하는 효소의 기능이나 면역반응 단백질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일상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알코올로부터 간을 보호하기 위한 음주 습관은 어떻게 길들여야 할까. 상식적인 이야기이지만 우선 1주일에 2~3일 정도는 술을 마시지 않으며, 빈속 상태로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위장이 빈 상태에서 안주 없이 술을 마시면 혈중 알코올 농도가 빠르게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술은 식사 후 마시거나 술을 마실 때 안주를 곁들여 마실 필요가 있다. 술안주로는 고기, 생선, 두부 등의 양질의 단백질과 야채를 많이 섭취하며, 기름진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간의 휴식을 위해 밤 10시 이후에 술을 마시지 않는 습관을 길들일 필요도 있다. 지속적 음주는 간세포의 기능을 흩트려 알코올성 간염을 유발해 간경화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송년이나 신년 모임에서와 같이 자주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경우 마시는 속도와 양을 조절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개인에 따라 체질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건강한 성인 남성의 경우 간에 무리를 주지 않는 1회 음주량은 알코올 20g 정도이다. 이는 소주 1/3병(120mL), 막걸리 400mL, 맥주 500mL 정도에 해당하는 양이다. 여성은 체질적으로 남성보다 적은 양으로도 알코올성 간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사실에도 유념해야 한다.

술을 즐겨 마시는 사람이 실천하기 쉬운 일은 아니지만 술을 마신 다음 날은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인 간이 알코올에서 벗어나 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경자(庚子)년을 지나 보내고 새로이 맞이하는 신축(辛丑)년에는 간의 안정과 평온을 위해 음주 횟수를 줄이고 과음하지 않는 습관을 길들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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