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천지일보 DB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천지일보 DB

판사사찰 의혹 서울고검 배당 두고 법무부·대검 입씨름에

대검 특임검사 제안… “임명 요청 승인하면 따르겠다”

지난 7월 수사지휘권 발동 때도 특임검사 거론돼 관심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대검찰청이 ‘판사 사찰 의혹’ 등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수사를 감찰부가 아닌 서울고검에서 하도록 지시하자 법무부가 “수사를 중단했다”며 반발하고, 이에 대검은 다시 ‘특임검사’에 사건을 맡기자고 나섰다.

수사지휘권 갈등이 터진 지난 7월에 이어 또다시 특임검사가 거론되면서 이번에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는 게 아니냔 전망이 나온다.

◆대검, 판사사찰 의혹 서울고검 배당… “감찰부는 공정성 의심”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대검은 판사 사찰 의혹과 관련해 “대검 감찰부장이 ‘재판부 분석 문건’을 불상의 경로로 입수해 법무부에 전달했다가 다시 수사참고자료로 되돌려 받는 등 수사착수 절차에서 공정성과 정당성을 의심할 만한 사유가 발견됐다”며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 지휘에 따라 서울고검에 ‘재판부 분석 문건’ 사건과 대검 감찰부에서 수사 중인 관련 사건을 서울고검에 배당했다.

윤 총장은 ‘이해 충돌’로 인해 이 사건 관련한 모든 지휘를 회피한다.

대검은 “허정수 감찰3과장은 감찰부장의 지휘에 따라 수사참고자료를 근거로 법령상 보고의무를 위반한 채 (윤 총장을) ‘성명불상자’로 입건하고, 서울중앙지검 디지털포렌식팀의 협조를 받아 수사정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하면서 그 진행 상황을 법무부 관계자에게 수시로 알려주는 등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허 과장과 검찰연구관은 문건 확보 경위 등을 전혀 몰랐다며 스스로 수사 중단 의사를 표시했다.

이는 대검 감찰부에서 수사하도록 했던 추 장관의 지시를 무색하게 하는 조치여서 법무부의 반발은 불 보듯 뻔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4일 경기 과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출처: 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4일 경기 과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출처: 뉴시스)

◆법무부 “총장 지시 다름 없어… 감찰부 수사 중단 유감”

대검의 발표 이후 얼마 안 돼 법무부는 “감찰만으로 실체 규명이 어렵다고 판단해 절차대로 대검에 수사의뢰를 했으나 적법절차 조사 등을 이유로 인권정책관실을 통해 감찰부의 판사사찰 수사에 개입했다”며 “검찰총장의 직무복귀 이후 대검 감찰부의 수사가 중단된 것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판사 불법사찰 의혹 사건은 검찰총장의 직권남용 및 개인정보보호법위반 여부, 공정한 재판권의 침해 여부가 문제된다”면서 “사회적 이목이 집중돼 있는 매우 중요한 사건으로, 독립적이고 공정하며 철저한 수사를 통해 실체가 규명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건을 서울고검에 배당하도록 지시한 것은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특히 법무부는 대검 차장검사의 지시는 총장의 지시나 다름없다면서 대검의 결정을 비판했다. 대검 차장 임명 당시만 해도 추 장관 측 인사로 분류됐던 조 차장검사의 지휘를 총장의 지시와 동일하게 본다는 점에서 법무부의 주장은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외에도 법무부는 ▲지시 시기 ▲지시에 이른 경위 ▲담당 부서인 대검 감찰부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된 것으로 보이는 점 ▲서울중앙지검 관할의 수사사건임에도 감찰사건을 담당하는 서울고검에 배당한 점 ▲서울고검은 채널A 사건 관련 정진웅 광주지점 차장검사를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의혹 등의 문제가 있다고 봤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두고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일 전국 검사장 회의가 열렸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회의 결과를 오는 6일까지 보고 받고 최종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천지일보 2020.7.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채널A 의혹 사건 수사를 두고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갈등이 고조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7월 3일 전국 검사장 회의가 열리던 날의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천지일보 DB

◆7월 수사지휘권 갈등서도 거론된 ‘특임검사’ 재거론

그러자 대검도 다시 입장을 내고 공정성 확보를 위해 사전에 특임검사 의사를 전달했으나, 법무부가 소극적 입장을 보여 서울고검에 배정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대검은 “지금이라도 법무부가 이 사건의 중대성과 공정한 처리 필요성을 고려해 대검의 특임검사 임명 요청을 승인해주시면 이에 따르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특임검사 제도를 꺼낸 건 지난 7월에 이어 약 4달 만이다. 추 장관은 당시 채널A 사건 관련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독립적으로 수사한 뒤 수사 결과만을 윤 총장에게 보고하라고 수사지휘한 바 있다.

당시 검사장들은 독립적인 수사 주체가 필요하다면 특임검사를 별도로 임명해 수사를 맡기자는 취지의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법무부는 이를 거절했다.

이미 당시의 형사1부에 특임검사에 준하는 직무 독립성을 부여했는데, 별도의 임명은 필요치 않다는 입장이었다.

직무에 복귀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로 출근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직무에 복귀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로 출근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순서는 다르지만… 수사지휘도 다시 등장?

순서가 조금 바뀌긴 했지만, 당시도 지금과 같은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 상황에서 특임검사가 거론됐으므로 자연스럽게 수사지휘권에 대한 추측도 뒤따르게 됐다.

특히 대검의 결정을 뒤집으려면 수사지휘권 발동 등의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가능성을 키운다.

이미 수사지휘권을 2번이나 발동했다는 점도 예측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변수는 있다면 검찰청법 8조는 구체적 사건에 관해선 검찰총장만을 지휘하도록 한다. 사건에 대해 회피한 윤 총장을 통해 사건 지휘를 내려야 한다는 점에서 문제다.

그러나 이미 채널A 사건에서 총장을 수사에 관여하지 못하게 하고 특정 수사팀에 전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수사지휘를 한 상황에서 다시 한 번 그와 유사한 방식으로 지휘를 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장애물은 또 있다. 전날 서울남부지검은 ‘검사 술접대 의혹’과 관련해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전관 출신 A변호사, B검사 등 3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접대를 받은 것으로 지목된 검사 2명은 기소를 피했다.

문제는 검찰이 김 전 회장의 주장 중 많은 부분을 거짓이었다고 판단한 점이다. 벌써 추 장관이 ‘사기꾼에 속아 수사지휘권을 잘못 휘둘렀다’는 지적이 나오는 판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추 장관이 또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기엔 부담스럽다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추 장관과 윤 총장이 물러날 곳 없는 배수진의 싸움을 벌이는 이때 망설일 이유가 없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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