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가현 기자] 8일 오후 울산 남구 주상복합건물 삼환아르누보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9일 오전 소방헬기가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독자제공) ⓒ천지일보 2020.10.9
[천지일보=김가현 기자] 8일 오후 울산 남구 주상복합건물 삼환아르누보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9일 오전 소방헬기가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독자제공) ⓒ천지일보 2020.10.9

33층 건물 전면 불길 치솟아

88명 병원 이송자 모두 경상

화재 대피 매뉴얼 큰 도움

[천지일보 울산=김가현 기자] 울산시 한 주상복합아파트 화재에서 사망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밤 발생했던 화재는 한때 33층 건물 전면이 화염에 휩싸였을 정도로 불길이 대단했다.

화재 초기에 언론 보도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알려진 현장 사진과 영상을 접한 시민은 “이토록 큰 건물 전체에 저렇게 불이 붙을 수 있냐”며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해당 아파트에는 127가구가 입주해 있었고, 상당수 주민이 옥상 등지로 대피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명피해 규모를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9일 오전 10시 현재까지 사망자는 한 명도 확인되지 않았다. 화재로 88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모두 단순 연기흡입이나 찰과상 등 경상이라고 소방당국은 밝혔다.

이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피해가 적다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사망자가 없다는 점이 놀랍다”며 “불기둥 가운데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신기하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의 신속한 대응과 주민들의 침착한 대피로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천지일보=김가현 기자] 8일 오후 울산 남구 주상복합건물 삼환아르누보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번지고 있다. (독자제공) ⓒ천지일보 2020.10.9
[천지일보=김가현 기자] 8일 오후 울산 남구 주상복합건물 삼환아르누보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번지고 있다. (독자제공) ⓒ천지일보 2020.10.9

아파트 14층에 거주한다는 한 50대 주민은 “최초 소방관들 8명 정도가 ‘타는 냄새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도착해 13층부터 아래로 내려가면서 확인 작업을 했다”며 “그러던 중 갑자기 13층에서 불길이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소방당국은 ‘12층에서 연기가 발생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현장을 확인하던 중이었다. 당시 강풍주의보가 발효돼 15㎧ 안팎의 바람이 불고 건물 외벽의 알루미늄 복합패널을 타고 급속히 확산하는 불길을 잡는 게 매우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화재가 확산하기 전 소방대원들이 출동해 있어 빠른 상황 파악과 모든 소방력을 동원했다. 울산지역 5개 소방서의 모든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대응 2단계’ 발령을 진행해 후속 대응을 빠르게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먼저 도착한 소방대원들도 건물 내·외부의 상황을 파악하고, 건물 내부로 진입해 모든 가구를 일일이 확인하고 남아있던 주민들을 안전한 대피로로 안내했다.

특히 고가사다리차를 동원해도 고층부 화재 진압에 한계가 있자 소방대원들은 각 호실을 돌면서 내부로 옮아붙은 불을 끄는 동시에 인명 수색과 구조에 주력했다.

입주민들의 침착한 대응도 피해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주민들은 화재 초기에 건물 밖으로 대피한 일부 주민들은 평소 화재 대피 매뉴얼 대로 물에 적신 수건을 입에 대고 자세를 낮춘 채 빠져 나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기 때문에 내려올 수 없었던 주민들도 피난 공간이 마련된 15층과 28층, 아파트 옥상 등으로 피해 구조를 기다렸다. 이들은 소방대원들의 지시에 따르면서 구조될 때까지 기다렸고, 결국 77명이 큰 피해 없이 지상으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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