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근로자의 날인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 앞에서 열린 ‘5.1 노동절 기념 금속노조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0.5.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근로자의 날인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 앞에서 열린 ‘5.1 노동절 기념 금속노조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0.5.1

직장인 1000명 설문조사

39.9%, 근로기준법 ‘몰라’

91.6% 학교에서 가르쳐야

[천지일보=최빛나 기자] #1. 근로계약서를 쓰고 입사해 계약직으로 일했습니다. 임원에게 보고 자료를 검토 받는 과정에서 제가 한 말이 무례하게 느껴졌는지 임원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당장 그만둬”라고 말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갔습니다. 그 길로 저는 해고를 당했습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서면으로 해고를 통보하지도 않았습니다.

#2. 미용실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220만원 월급이 책정된 것을 봤고, 면접을 거쳐 근로계약서에 서명했습니다. 한 달이 지나고 월급을 받았는데 최저시급보다 못한 100만원 조금 넘는 돈이 입금돼 대표와 연락을 취했습니다. 대표는 제가 프리랜서 계약서에 서명해 기본 월급을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5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태일 50년 직장인 인식조사’에 따르면 ‘현재 근로기준법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39.9%가 ‘근로기준법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성별로 보면 비정규직은 47.8%가 ‘근로기준법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고, 정규직(34.7%)보다 13.1% 높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4일간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경제활동인구조사 취업자 인구비율 기준에 따라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p다.

조사내용은 ▲전태일 인지 여부 및 인지 경로 ▲근로기준법 준수·인지 정도 ▲노동법 교육 ▲노동자의 삶과 처우 개선 정도 등이다.

‘전태일이라는 인물을 알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81.0%가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전태일을 알고 있다는 응답은 정규직(85.5%)이 비정규직(74.3%)에 비해 높았고, 사무직(87.6%)과 비사무직(74.4%), 공공기관(88.2%)·300인 이상(84.3%)과 5인 미만(73.8%), 500만원 이상(93.4%)과 150만원 미만(75.9%)에서 10% 이상 차이 났다.

전태일을 알게 된 경로는 20~30대는 ‘교과서, 수업 등 학교를 통해서’(20대 73.3%, 30대 64.7%), 40대 ‘영화, 만화, 등 대중매체를 통해서(62.5%)’, 50대 이상은 ‘언론을 통해서(71.7%)’가 높게 나타났다.

‘전태일이 일하던 1970년대에 비해 올해 한국사회 노동자(직장인)의 삶과 처우가 어떻게 달라졌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63.0%가 ‘노동자(직장인)의 삶과 처우가 좋아졌다’고 응답했다. 이어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26.2%, ‘나빠졌다’ 3.5% 순으로 조사됐다. 

‘근로기준법의 내용을 잘 알고 있냐’는 질문에 61.1%가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중 정규직(66.0%)과 비정규직(53.8%), 사무직(67.2%)과 비사무직(55.0%), 공공기관(68.1%)과 5인 미만(53.5%), 500만원 이상(72.5)과 150만원 미만(49.2%)에서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학교나 직장에서 근로기준법을 배워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68.6%가 ‘없다’고 답했다. 학교에서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법을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의 91.6%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일터에서 가장 지켜지지 않는 근로기준법은 ‘노동시간 및 휴가’가 51.0%로 가장 높았고, 이어 ‘임금,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 퇴직금 등 임금체불’ 48.0%, ‘모성보호(임산부 노동시간 제한, 보건휴가, 산전후휴가, 육아휴직 등)’ 32.8%, ‘직장 내 괴롭힘 금지’ 32.5%, ‘특고·프리랜서 등 근로기준법 자체가 적용되지 않음’ 30.1% 순으로 분석됐다.

특성별로 보면 파견용역, 사내하청(69.2%)에서 노동시간 및 휴가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응답이 높았고, 모성보호의 경우 여성(43.6%)이 남성(24.6%)보다 높게 조사됐다.

직장갑질119는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 열사가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산화했지만, 50년이 지난 오늘 일터의 약자들은 근로기준법도 지켜지지 않는 일터에서 기계처럼 일하고 있다”며 “5인 미만 사업장, 프리랜서·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의 최소한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고를 당해고 부당해고를 다툴 수 없고,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도 신고조차 할 수 없다”며 “코로나19로 인해 무급휴직을 당해도 휴업수당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단체는 “해고제한·휴가·직장 내 괴롭힘 금지조항 등 근로기준법의 대부분의 중요한 조항들이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며 “근로기준법 시행령 별표 1을 개정해 적용제외 조항을 대폭 손질하면 바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호를 위해 ▲노조 할 권리보장 ▲ABC 테스트 도입 ▲원청 사업주 책임 강화 ▲기간제 고용 허용 등을 정부와 21대 국회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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