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다 화재가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 외벽이 17일 오전 검게 그을려있다. (출처: 연합뉴스)
초등생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다 화재가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 외벽이 17일 오전 검게 그을려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최빛나 기자] 지난 14일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화재로 중상을 입은 초등학생 형제가 엿새째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경찰 등에 따르면 형 A(10)군과 B(8)군은 화재 사고 당시 유독가스에 노출돼 자가호흡이 어려워 현재도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다. 형인 A군은 온몸의 40%에 3도 화상을 입었고 동생 B군은 다리 등에 1도 화상을 입고 서울 모 화상 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하루 전 동생에 이어 형이 의식을 되찾았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형제는 여전히 의식불명 상태로 중환자실에 있다.

형 A군은 호흡기 부위 등에 부상이 심각해 의료진이 수면제를 투여해 치료하고 있고 동생 B군은 지난 17일 호흡상태가 다소 호전돼 의료진이 산소호흡기를 제거했지만 이후 자가호흡이 되지 않아 중환자실에서 계속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14일 형제는 화재 6분여 만에 119에 전화해 긴박하게 구조를 요청했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들이 5분여 만에 불길을 진압했지만 이미 형제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B군은 책상 아래에서 이불에 감싸인 듯한 모습으로 A군은 침대 위에서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A군이 B군을 끌어안고 이불로 감싸는 등 화마 속에서 동생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참변을 당한 형제들의 어머니가 세 차례나 아동학대 및 방임 혐의로 신고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들을 도우려는 온정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이 형제의 후원을 주관하는 사단법인 학산나눔재단은 17, 18일 이틀 동안 시민 140여명이 A군 형제에게 3000만원가량을 기탁했다고 밝혔다. 지정 기탁된 후원금은 기부금품의 모집과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재단 측이 모아 집행할 방침이다.

학산나눔재단은 “하루에도 수십 통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며 “기부금이 기금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되는 일이 없도록 미추홀구와 협의해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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