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다 화재가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 외벽이 17일 오전 검게 그을려있다. (출처: 연합뉴스)
초등생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다 화재가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 외벽이 17일 오전 검게 그을려있다. (출처: 연합뉴스)

장기 손상으로 의식 못 찾아

형, 동생 끝까지 지키려 노력

형제의 엄마, 방임·학대 혐의

[천지일보=손지하 인턴기자]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배가 고파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가 불길에 휩싸인 초등학생 형제의 사연이 알려져 많은 사람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18일 경찰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11시 20분께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불이 났다. 이 사고로 집에 있던 10살인 형 A군과 그의 동생인 8살 B군이 불길로 인해 다쳐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A군은 상반신에 3도 중화상, 전신의 40%에 화상을 입었다. B군은 다리에 1도 화상을 입었고, 연기도 많이 들이마신 걸로 알려졌다. 형제는 사고 발생 6분여만에 119에 전화해 긴박하게 구조를 요청했고,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들이 불길도 5분여만에 진압했지만 이미 형제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B군은 책상 아래에서 이불에 감싸인 듯한 모습으로, A군은 침대 위에서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A군이 B군을 끌어안고 이불로 감싸는 등 화마 속에서 동생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형제가 이 같은 참변을 당한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바로 형제의 어머니의 양육 태도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에 따르면 이미 주민들은 2018년부터 올해까지 세 차례나 형제의 어머니를 인천아동보호전문기관에 아동학대 및 방임 혐의로 신고했다.

그러나 세 번의 신고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형제의 어머니가 아이들을 상대로 손찌검 등 폭력을 행사한 의심 정황이 있고 아이들만 놔두고 집을 비우는 사례가 종종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또 지난 5월엔 인천가정법원에 어머니와 형제를 분리하고 보호해달라고 청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은 분리보다는 심리 상담을 권고하며 상담 위탁 보호 처분 판결을 내렸다. 이에 어머니와 형제 모두 1주일에 한 번씩 각각 6개월, 12개월간 상담을 받았어야 했다.

그러나 첫 상담은 이뤄지지 않았고, 아울러 형제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집에만 머무르게 됐다. 코로나19만 아니었으면 형제가 등교해서 급식을 먹는 등 집에서 라면을 먹지 않아도 돼 참변을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등교하지 않더라도 ‘돌봄교실’을 신청하면 급식 지원은 가능하다. 하지만 형제의 모친은 돌봄서비스 제공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군과 B군을 방임 학대한 혐의로 지난달 말 형제의 어머니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한편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6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코로나19로 돌봄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실질적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철저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또한 박남춘 인천시장도 참변을 당한 형제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먼저 하고 복지의 빈틈 또한 찾아 보완하겠다”고 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