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체스터=AP/뉴시스] 지난 3일(현지시간) 미 뉴욕주 로체스터 거리에서 시위대가 지난 3월 경찰에 체포된 흑인 남성 대니얼 프루드가 경찰에 의해 '질식사'한 자리에 누워 시위하고 있다.
[로체스터=AP/뉴시스] 지난 3일(현지시간) 미 뉴욕주 로체스터 거리에서 시위대가 지난 3월 경찰에 체포된 흑인 남성 대니얼 프루드가 경찰에 의해 '질식사'한 자리에 누워 시위하고 있다.

대선 정국 이념대리전 양상

포틀랜드 시위 100일 맞아

AP “파괴와 혼란으로 얼룩”

트럼프, 인종 교육 중단 조치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 대선을 두 달 가량 앞두고 인종차별 항의시위가 대선 정국의 뇌관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를 지지하며 이 같은 사태를 만든 주범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목하고 있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법과 질서 수호’ 프레임을 내세우며 안전한 미국을 외치는 모양새다.

정작 지난 5월 말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시작한 인종차별 항의 시위는 대선과 맞물리면서 좌·우파 진영의 이념 전쟁터로 변하고 있다.

◆시위 100일… 진영 전쟁 양상

미국 오리건주 최대 도시인 포틀랜드에서는 인종 관련 시위가 5일(현지시간) 100일을 맞았다.

이날 AP통신은 포틀랜드 시위 100일과 관련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 하나였던 포틀랜드가 불확실한 미래와 씨름하고 있다”며 “시위가 100일 동안 이어지며 기물 파괴와 혼란, 살인 사건으로 얼룩졌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 단체들은 노동절 연휴 사흘 동안 100일 기념집회를 열 계획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우파 조직은 맞불 차량 시위를 준비 중이다.

포틀랜드 시위는 그간 트럼프의 강성 발언과 시위대의 저항, 좌·우파 단체의 세 싸움이 섞이면서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틀랜드 시위가 장기화하며 폭력 사태도 벌어지자 지난 7월 연방요원을 전격 투입했다. 그러나 이는 과잉 진압을 촉발했고 시위만 더욱 격렬해졌다.

치안이 불안해지자 포틀랜드와 그 주변 도시에서는 총기 판매가 늘었고 총기 사건도 급증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7월 포틀랜드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수는 30년 만에 최다를 기록했으며 희생자의 3분의 2는 흑인이었다.

총기상점 주인인 브라이언 콜먼은 뉴욕타임스(NYT)에 지난 3월부터 현재까지 총기 수천정과 탄환 450만발을 판매했다면서 “이렇게까지 총기와 탄약 수요가 급증한 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갈등이 고조되면서 시위가 좌·우파 지지자 간 총격 유혈사태로 번지자 포틀랜드의 이념 대리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NYT는 “100일 시위가 포틀랜드뿐만 아니라 오리건주 다른 지역 사이에서 균열을 키우고 있다”며 “좌파와 우파가 공포와 불신, 분노를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BLM 운동을 이끄는 샤니스 클라크는 “포틀랜드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곳”이라며 100일 시위를 평가했지만, 포틀랜드 외곽 소도시인 샌디의 스탠 풀리엄 시장은 “포틀랜드는 오리건주의 섬이 됐다”고 비판했다.

포틀랜드와 더불어 뉴욕주에서는 경찰 체포 과정에서 숨진 흑인 남성 대니얼 프루드의 ‘복면 질식사’ 사건에 대한 항의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프루드 사망 사건이 발생한 로체스터에서는 사흘째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날 2천명 가량이 모인 시위는 평화적으로 시작됐으나 경찰과 대치 과정에서 충돌이 빚어져 11명이 체포됐다. 뉴욕시 맨해튼에서도 수백명의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가 거리를 행진했다.

[커노샤=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미 위스콘신주 커노샤를 찾아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경찰관으로부터 총에 맞아 촉발된 인종차별 항의 시위로 파손된 지역을 둘러보며 상인들과 얘기하고 있다.
[커노샤=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미 위스콘신주 커노샤를 찾아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경찰관으로부터 총에 맞아 촉발된 인종차별 항의 시위로 파손된 지역을 둘러보며 상인들과 얘기하고 있다.

◆트럼프, 인종을 대선 전략으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반복해서 강조하는 문구는 ‘좌파’와 ‘법과 질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이나 경기 부양 등은 이에 비해 적게 언급하는 편인데 목표가 되는 유권자들 곧, 인종차별 반대 시위의 확산을 탐탁치 여기지 않는 층을 겨냥한 것이다.

지난 2일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세 아들 앞에서 경찰의 총격을 받은 위스콘신주 커노샤를 찾았을 때에도 커노샤에서 발생한 시위를 ‘테러 행위’라고 비난하며 시위대를 ‘무정부주의자’ ‘폭도’라고 비난했다.

반면 다음날 커노샤를 찾아 블레이크 가족을 위로했던 바이든 후보는 코로나19 대처에 실패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는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고 맹비난에 나섰다.

대선 날짜가 다가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 갈라치기’ 전략은 갈수록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기관들이 진행하는 인종차별 금지교육을 폐지하라고 지시했다. 인종차별 금지교육이 ‘분열적이고 반미국적인 정치적 선동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라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백인 특권이나 비판적 인종 이론 등이 포함된 교육 프로그램의 계약을 찾아 취소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WP는 “인종 갈등 문제가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트럼프의 이 같은 조치는 더욱 논란이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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