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포커스] BLM·보이콧 등 정치적 목소리 내는 스포츠 한계와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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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크부에나비스타=AP/뉴시스] 8월 26일(현지시간) 미국 프로농구(NBA) 휴스턴 로키츠와 오클라호마 시티 선더의 경기가 치러질 예정이었던 미국 플로리다주 레이크부에나비스타 경기장. 바닥에는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고 쓰여 있다. 앞서 밀워키 벅스가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의 총격 사건에 항의하는 의미로 올랜도 매직과의 5차전에 출전하지 않기로 한 데 따라, 이날 예정됐던 NBA 플레이오프 경기 3개가 모두 연기됐다. 2020.08.27.
[레이크부에나비스타=AP/뉴시스] 8월 26일(현지시간) 미국 프로농구(NBA) 휴스턴 로키츠와 오클라호마 시티 선더의 경기가 치러질 예정이었던 미국 플로리다주 레이크부에나비스타 경기장. 바닥에는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고 쓰여 있다. 앞서 밀워키 벅스가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의 총격 사건에 항의하는 의미로 올랜도 매직과의 5차전에 출전하지 않기로 한 데 따라, 이날 예정됐던 NBA 플레이오프 경기 3개가 모두 연기됐다. 2020.08.27.

‘제이콥 블레이크 총격피해 사건’에 다시 들끓은 미국 전역

美 4대 스포츠 저마다 목소리… NBA, 시즌포기 가능성까지

“일 터질 때마다 보이콧?” 현실적인 문제에 리그 파행 막아

대신 NBA, 선수 정치활동 지원하는 전향적 합의 이끌어내

트럼프 “정치적 NBA보는데 지쳐… 시청률 안 오를 것”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이른바 ‘BLM(Black Lives Matter,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이 스포츠 현장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선수들은 경기 시작 전 무릎을 꿇기도 하고, 더 적극적으로 경기 자체를 보이콧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그러나 최근 NBA의 리그 보이콧 번복 등 상황에서 보듯 스포츠에서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는 데 있어 어디까지가 적정선인지를 두고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삐거덕거리는 과정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엿봤다.

◆美4대 스포츠 일제히 보이콧

16일 CNN,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흑인 제이콥 블레이크는 미국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백인 경찰에게 총알 7발을 맞고 쓰러졌다. 당시 차 안에는 어린 세 아들이 있었다. 하지만 사건을 목격한 주민들은 다투던 여성 2명을 말리려던 블레이크에게 경찰이 제대로 된 확인 없이 총을 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5월 25일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에게 목이 눌려 숨지는 일이 발생한 이후 또 다시 경찰에게 당한 흑인 피해였다.

블레이크 총격피해 사건으로 인해 미국 전역은 다시 항의 물결로 뒤덮였고, 이는 미국 4대 프로스포츠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프로농구(NBA), 메이저리그(MLB), 미국프로풋볼(NFL),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가 모두 저마다의 행동에 나섰다.

미국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NFL은 애리조나 카디널스, 시카고 베어스, 덴버 브롱코스, 그린베이 패커스, 인디애나폴리스 콜츠, 로스앤젤레스 차저스, 뉴욕 제츠, 테네시 타이탄스, 워싱턴 풋볼팀 등 9개팀이 지난달 28일 일제히 훈련을 취소했다.

NHL은 스탠리컵 플레이오프에 참여하는 8개팀 전부가 경기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에 28~29일 예정됐던 플레이오프 4경기가 미뤄졌다.

[뉴욕=AP/뉴시스] 8월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뉴욕 메츠와 마이애미 말린스 선수들이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의미로 모자를 벗고 42초 동안 침묵한 뒤 퇴장했다. 이들은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경찰이 쏜 총 7발에 맞아 쓰러진 사건에 항의하는 의미로 이 같은 침묵 시위를 벌였다. 2020.08.28.
[뉴욕=AP/뉴시스] 8월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뉴욕 메츠와 마이애미 말린스 선수들이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의미로 모자를 벗고 42초 동안 침묵한 뒤 퇴장했다. 이들은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경찰이 쏜 총 7발에 맞아 쓰러진 사건에 항의하는 의미로 이 같은 침묵 시위를 벌였다. 2020.08.28.

MLB도 역시 27~28일 정규리그 10경기를 취소했다. 이 때문에 28일 열릴 계획이던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경기가 연기됐고, 토론토의 선발투수로 예고됐던 류현진의 등판도 한 차례 미뤄지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MLB는 29일을 최초의 흑인 MLB 선수 재키 로빈슨을 기리는 ‘재키 로빈슨 데이’로 기념하면서 남다른 의미도 갖게 됐다. 재키 로빈슨은 1947년 흑인으로선 처음으로 MLB에 데뷔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이를 기념해 그가 처음 MLB 그라운드를 밟은 4월 15일을 기념일로 정해 로빈슨의 등번호 42번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경기하는 행사를 갖는다.

하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리그가 한참만에야 열렸고, MLB는 로빈슨이 처음 LA다저스 입단을 논의한 날인 8월 28일을 재키 로빈슨 데이를 대체할 날짜로 낙점했다. 공교롭게도 블레이크 총격 사건과 기념일이 겹치며 더 특별한 의미를 부여 받았다.

NBA 현역 최고의 스타인 LA 레이커스 소속 르브론 제임스가 ‘제이콥 블레이크 총격피해 사건’과 관련 8월 27일과 28일 “우리는 변화를 원한다. 지긋지긋하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트위터를 게시했다. 사진은 해당 내용 캡처 모습. (출처: 르브론 제임스 트위터) ⓒ천지일보 2020.9.15
NBA 현역 최고의 스타인 LA 레이커스 소속 르브론 제임스가 ‘제이콥 블레이크 총격피해 사건’과 관련 8월 27일과 28일 “우리는 변화를 원한다. 지긋지긋하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트위터를 게시했다. 사진은 해당 내용 캡처 모습. (출처: 르브론 제임스 트위터) ⓒ천지일보 2020.9.15

◆흑인 선수 비율 80%, 강경했던 NBA

그리고 이 같은 프로스포츠 흐름의 시작을 알린 곳이 NBA이었다. NBA는 4대 프로스포츠 중 흑인 선수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다. 이번 총격 사건에 있어 가장 먼저 경기 보이콧을 선언하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NBA 밀워키 벅스 선수들은 8월 28일 플레이오프(PO) 동부 콘퍼런스 2라운드 올랜도 매직과의 경기를 거부했다. 밀워키는 사건이 발생한 위스콘신주가 연고지인 팀이었기 때문에 선수들은 더욱 더 적극적이었다.

이를 본 다른 팀 선수들이 동참을 결정하면서 NBA 전체 경기 보이콧이 결정됐고, 선수들은 자체 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을 놓고 격한 토론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시즌 포기’까지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흑인이 전체 선수의 80%에 달하는 NBA는 다른 종목보다 훨씬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리그 최고의 스타인 LA레이커스의 르브론 제임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는 변화를 원한다. 지긋지긋하다”고 적기도 했다.

◆“NBA, 노동운동 새 장 열었다” 평가

NBA 선수들의 보이콧을 ‘파업’으로 바라보면서 노동운동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미국 민주당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하원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NBA 선수들은 보이콧이 아니라 파업을 한 것”이라며 “이는 노동자로서 자신의 힘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미국 30만명의 노동자를 회원으로 둔 유나이티드 히어(Unite Here)도 “경찰 폭력과 흑인 혐오, 인종적 불의에 맞서 파업한 NBA에 연대한다”며 “여러분의 플랫폼은 클 수 있지만 농구 선수들 역시 노동자”라고 짚었다.

미국 민주당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하원의원이 8월 27일 자신의 트위터에 뉴욕 타임스의 미국프로농구(NBA) 보이콧 관련 기사를 링크한 뒤 “제목이 잘못됐다. ‘파업’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카시오코르테즈 의원은 NBA의 보이콧이 파업이라고 정의한 뒤 “이는 노동자로서 자신의 힘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출처: 오카시오코르테즈 의원 트위터) ⓒ천지일보 2020.9.15
미국 민주당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하원의원이 8월 27일 자신의 트위터에 뉴욕 타임스의 미국프로농구(NBA) 보이콧 관련 기사를 링크한 뒤 “제목이 잘못됐다. ‘파업’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카시오코르테즈 의원은 NBA의 보이콧이 파업이라고 정의한 뒤 “이는 노동자로서 자신의 힘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출처: 오카시오코르테즈 의원 트위터) ⓒ천지일보 2020.9.15

◆“보이콧 다음 계획은?” 현실적인 벽

하지만 NBA식 보이콧은 또 다른 문제를 낳았다. 먼저 NBA는 단체협약에 따라 일종의 파업을 허락지 않는다. 그런데도 밀워키 선수들은 상대팀인 올랜도나 선수협회와도 어떤 상의 없이 보이콧을 결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시즌 포기까지 이르는 것이 과연 이번 총격 사건을 해결하는 데 있어 어떤 도움이 되는가에 대한 논쟁이 사회적으로 뜨겁게 이어졌다. 이에 전설적인 NBA 선수이자 현 TNT 해설가인 찰스 바클리가 팔을 걷고 나섰다.

바클리는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런 일들이 벌어질 때마다 꿋꿋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선수들이 존경스럽다”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점이 지친다. 리그 최고의 선수 르브론 제임스도 아마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밀워키 선수들의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한다. 그들이 보여준 용기에 칭찬의 말을 건네고 싶다”며 “그들은 위스콘신주 연고 지역 팀으로서 그런 행동(보이콧)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바클리는 더 멀리 바라봤다. 그는 “선수들에게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다. 그들의 다음 계획(next plan)이 과연 무엇인가 말이다”라며 “앞으로도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또 이런 식으로 대응할 건지 궁금하다. 선수들끼리 제대로 된 합의점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찰스 바클리. (출처: AP/뉴시스)
찰스 바클리. (출처: AP/뉴시스)

단기간에 해결되기 힘든 인종차별이란 어려운 난관을 상대로 시즌 포기 같은 극단적 방법을 계속 반복하기엔 현실적인 벽이 있다는 사실을 바클리는 지적한 것이다.

보스턴 셀틱스의 그랜트 윌리엄스도 “우리가 경기에 나서지 않는 대신 무엇을 할 것인가”라며 “이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널리 알리고, 돕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수협회의 부회장이기도 한 마이애미 히트의 안드레 이궈달라는 PO에 참가한 NBA 전수가 모인 회의 과정에서 “사회적 변화는 정치 참여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며 “이번 주 캘리포니아에서 경찰 개혁 법안과 관련해 중대한 투표가 예정돼 있다. 너희들은 이 투표가 진행되는지 알고 있었냐”고 물었다.

이어 “선수단 중에서 과연 몇 명이나 올해 말에 열릴 대선 투표에 등록했는지 궁금하다”고도 했다. 실질적인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과연 얼마나 평소에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를 꼬집는 취지로 해석된다.

또 이궈달라는 “만약 시즌이 이대로 종료돼 너희들이 버블 밖으로 빠져나간다면 시위대에 동참할 것인가, 아니면 집에서 놀 것인가”라며 “집에서 논다면 왜 나가려고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농구 황제’ 조던의 중재

결국 NBA 선수들은 하루 만에 경기를 정상적으로 치르기로 합의해 파국을 피했다. 극적인 복귀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도 큰 역할을 했다. 역대 최고의 선수이자 샬럿 호니츠의 구단주이기도 한 조던은 구단주들과 선수들 사이에서 중재에 나섰다.

조던은 현 선수협회장인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크리스 폴과 시즌 MVP를 수상한 바 있는 스타선수 휴스턴 로키츠의 러셀 웨스트브룩에게 연락해 공감을 표시하며 다독였다. 아울러 구단주 회의에선 “지금은 선수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로써 선수단을 지지한다는 구단주들의 만장일치 의견을 이끌어내고, 선수들도 경기를 치르면서 사회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구단들과 함께 모색하기로 했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 (출처: AP/뉴시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 (출처: AP/뉴시스)

◆구단시설, 대선 투표소로 활용

NBA는 이번 보이콧을 통해 많은 변화를 이뤄냈다. 먼저 NBA 사무국과 구단은 선수들의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지원하기로 했다. 경찰·사법제도 개혁 등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주지사와 코치, 선수의 연합체를 설립하는데 합의했다.

또 미국 대선에서 구단 시설을 투표 시설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약속했다. PO TV 중계에서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공익광고 등도 제작해 방역하기로 했다.

NBA는 프로스포츠리그가 공익 혹은 정치활동을 지원하는 독특한 곳으로 자리 잡게 됐다.

◆“정치활동, 인기 떨어트린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런 변화를 반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앞서 보이콧 당시 “NBA는 정치적인 집단이 됐다. 스포츠 단체의 정치적 행위는 결코 좋은 모습이 아니다”라고 비판한 트럼프 대통령은 2일에도 “사람들은 매우 정치적인 NBA를 보는 데 지쳤다”며 “떨어진 농구 시청률은 다시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폄하했다.

그러면서 “(미국)풋볼과 야구 역시 정치적인 발언을 한다면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NBA를 보고 교훈을 얻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NBA의 시도가 트럼프 대통령 말처럼 장기적으로 인기를 떨어트리는 일이 될지, 아니면 새로운 사회적 현상을 이끌어내는 시금석이 될지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NBA에 대해 “사람들은 매우 정치적인 NBA를 보는 데 지쳤다”며 비판하고 있다. (출처: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천지일보 2020.9.1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NBA에 대해 “사람들은 매우 정치적인 NBA를 보는 데 지쳤다”며 비판하고 있다. (출처: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천지일보 202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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