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사임할 것이라는 뉴스 화면 앞을 한 여성이 지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8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사임할 것이라는 뉴스 화면 앞을 한 여성이 지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8일 사임 의사를 표명한 가운데 아베 총리의 최대 성과로 알려진 ‘아베노믹스’의 한계가 코로나19 사태까지 만나 일본 경제에 도전이 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많은 일본 전문가들은 아베노믹스 경기 부양 정책이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흔들리고 있었다고 평가한다. 여기에 코로나19발 경제 침체까지 더해지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2년 12월 집권을 시작한 후 일본은행의 과감한 통화완화, 관대한 재정지출, 경제성장 촉진을 위한 규제완화 등을 골자로 한 ‘아베노믹스’라는 경제정책 패키지를 내놨다. 이는 수년간의 고도성장과 세계 3위의 경제대국으로의 발전을 이끌었다.

일본은행의 ‘바주카’ 경기부양 프로그램은 기업 정서를 끌어올리고 엔화 약세를 도왔으며 수출업자들에게 기회와 새로운 일자리를 안겨줬다. 또 기업지배구조 개혁은 막대한 해외 자금을 끌어들이며 일본의 외국인투자자 주식보유 비중은 2012년 28%에서 2014년 31.7%까지 사상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2019년 외국인투자자 주식보유 비중은 29.6%를 기록했다.

이날 건강상의 이유로 조기 사퇴를 선택한 아베 총리는 후임자에게 아베노믹스의 남은 과제를 남겨줬다.

아시아 센추리퀘스트의 브라이언 켈리 매니지먼트 파트너는 “아베노믹스는 외부 수요에 대한 의존도를 넘어 더 높은 성장을 촉발할 국내 조건을 일본에 전달하는 데 특이하게 실패했다”고 말했다.

아베노믹스가 낮은 생산성과 급속한 고령화 인구, 경직된 노동시장에 따른 3차 경제 개혁이라는 과제를 뛰어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로이터는 “이제 일본에서는 아베노믹스가 가져다줬던 단기적인 혜택인 관광 붐, 재탄생된 성장, 고용가능성 증가 등을 코로나19가 말끔히 씻어내면서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1980년대 4%가 넘던 일본의 잠재성장률은 작년 아베노믹스가 시작되기 전 1% 안팎에 그쳤다고 일본은행(BOJ)은 추정했다.

다이이치생명연구소의 요시키 신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경제가 아베노믹스 이후 더 좋은 성과를 냈을지는 몰라도 국민 정서를 획기적으로 바꾸기에는 역부족”며 “대유행으로 성장률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베노믹스의 유산이 많이 사라지면서 일본의 고질적 문제를 고칠 ‘마법의 지팡이’는 없었다는 것을 이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일본은행이 실현 불가능한 2%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 도구를 다 써버리면서, 정책 입안자들은 부족한 탄약을 가지고 경제를 되살려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막대한 부채도 대규모 재정지출의 여지를 제한하고 있어 경제 침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가우치 다카히데 전 일본은행 이사장은 “일본은 경기가 좋아졌을 때 통화재정정책을 정상화하지 못했다”며 “이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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