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개혁위)가 검찰개혁 권고안을 법무부에 내놨다. 여러 내용 가운데 핵심은 ‘검찰총장 힘 빼기’이다. 검찰청법 제12조에 기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6개 지역 고검장들에게 분산시키겠다는 것인바, 결국 법무부 장관의 검찰권 지휘를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9월 당시 조국 장관 때 발족된 제2기 개혁위가 출범하면서 ▲비대해진 검찰조직 정상화 및 기능 ▲검찰권 행사의 공정성·적정성 확보 등 ‘4대 검찰개혁 기조’에 따라 10개월간 연구해온 결과가 한마디로 ‘법무장관의 권한 강화’로 귀착된 것이다.  

‘법무부 장관의 사건 지휘는 각 고검장에게 서면으로 한다’는 내용과 ‘법무부 장관 수사 지휘 중 불기소 지휘는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긴 해도 개혁위 권고안대로 실행된다면, 현행법상 검찰총장만 지휘하는 법무장관이 고검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으니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도 법무장관에게 수사지휘권을 열어주게 되는 셈이다. 이와 같이 검찰총장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그 대신 법무장관의 권한을 강화시킨 법무부 맞춤형 권고안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권력형 비리 수사의 싹을 자르고 ‘제왕적 법무장관’ ‘법무총장’의 폐해만 커질 것”이란 비판이 나왔고, 야당에서는 문제 많은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지휘권 폐지 법안을 제출할 태세다. 

개혁위는 법무부 장관이 법무행정에 필요하다고 인정돼 만들어진 법무부 산하의 위원회 중 하나다. 정부의 어떤 위원회에서 개선안, 권고안을 내놓던 그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충분히 알려져야 하고 여론 수렴과정이 필요하며 관련단체 등에서 수긍해야하겠으나 이번에는 그 점이 부족한 것 같다. 법무·검찰개혁이라는 주요 기능을 하면서 결국 전문집단인 법조계의 인정조차 받지 못하는 작품이 됐으니 10개월간 시간을 허송하고 세금만 낭비한 것인지 모를 일이다.  

가뜩이나 추미애 법무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조직 운영이 불안한 상황에서, 추 장관이 국회 본회의, 법사위원회에서 보인 ‘좌충우돌식 행동(?)’으로 회의가 파행되는 판에 개혁위에서 법무부 맞춤형 ‘검찰개혁 권고안’이 나와 되레 법무장관 권한만 확대해놨으니 이를 보는 법조계나 국민 시선이 고울 리가 없다. 그런 와중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분산 등 개혁위 권고안에 대한 진중권 교수의 글이 국민 관심을 끌고 있다.

진 교수는 28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지휘권도 없는 총장, 인사권도 없는 총장. 그 자리에 앉아 딱히 할 일이 없지 않나”라고 하면서 “세금 낭비하지 말고 그냥 검찰총장을 없애자”고 했다. 총장 대신에 검찰청에 화분을 갖다 놓자는데, 식물총장을 좋아한다는 의미에서다. 그 말처럼 개혁위에서는 검찰개혁의 이름으로 법무부 장관의 검찰 전권 확보에 힘쓰고 있는바, 역대정권 권력자가 법무장관에게 하명해 사건을 무마하려했거나 왜곡한 것이 어디 한두 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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