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구제역이 발생했던 강원 홍천군 남면의 한 축산농가에서 4일 농협중앙회 강원지역본부 직원 등이 가축 재입식을 위한 축사청소를 지원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주민들 “더 이상은 못 참아”··· 축사 폐쇄 요청 쇄도
시·군·구, 폐업 보상 계획 없어 협상에 진통 예상

[천지일보=백하나 기자] 구제역 사태는 수그러들었지만 가축 재입식 문제를 놓고 농장주와 주민 간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가축 이동제한 조치가 해제되면서 살처분한 농가들이 재입식을 서두르고 있지만 구제역이 다시 발생할 것을 우려한 주민이 축사 폐쇄를 요구하면서 ‘입식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규모 피해를 겪었던 강원도 횡성군과 원주시와 경남 김해시, 경북 안동 일대를 중심으로 시위 열기가 거세지고 있다.

강원도 횡성군은 살처분 이후부터 가축 사육을 반대하는 여론을 모았다. 특히 안흥면 소사리는 지난 5일 주민을 대상으로 반대 서명운동을 진행해 본격적인 투쟁을 벌이고 있다. 횡성군 등에 따르면 군은 도내 최대 규모의 돼지 사육 농장이 있던 신청봉 영농조합의 돼지 3만 4000여 마리를 매몰했다. 또 17개 인근 농장에서는 대상축 6만 8230여 마리를 살처분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조남국(58) 안흥면번영회장은 “특히 신청봉 영농조합은 안흥면 상수원보호구역 상류에 있어 해마다 가축 폐수를 흘려 악취가 났다”며 “더 이상 고통을 당할 수 없어 주민과 뜻을 같이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살처분이 끝난 인근 횡성군 강림면과 공근면도 ‘가축장 폐쇄 아니면 협상은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장상철(61) 강림면번영회장은 “구제역으로 주민이 피해를 입고 있는데도 악취나 지하수 오염을 막는 대책이 없다”면서 “오염을 막을 수 있는 시설을 완벽하게 갖추지 않으면 우리는 강력한 저지 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공근면 창봉리는 최근 총회를 열고 농장 폐쇄를 요구하는 서한을 횡성군에 전달하는 등 반대 시위를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어 양구군 남면 창1·2리, 강원도 원주시 소초면 평장리 주민도 가축 폐수 시설을 갖추지 않으면 타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무려 15개 농장에서 3만 335마리 돼지를 묻은 김해시 주촌리에서는 특히 재입식 반대 시위가 거세게 일고 있다. 김해시 주촌면에서는 대리·석칠·내선·내연리 등 4개 마을 이장과 주민들이 최근 ‘양돈재입식반대추진위원회(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지난 5일 김해시청을 방문해 농장 폐쇄를 건의하는 첫 번째 공식 활동을 벌였다.

대리 마을 최성대(61) 이장은 “이번 구제역으로 거대한 돼지 매몰지가 9개나 들어서면서 마을 전체가 매몰지가 됐다”며 “더 이상 돼지 사육은 안 된다”고 강력 반발했다.
그는 이어 “마을에서 돼지를 키운 농장주들은 마을 주민이 겪는 피해에 대해 아랑곳하지도 않고 있다”며 “주민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재입식을 막겠다”고 주장했다.

구제역의 처음으로 발생한 안동 와룡면 서현 단지도 시위 열기에 예외는 아니다. 와룡면 일대 주민은 “구제역이 발생하기 이전부터 문제가 된 농장 때문에 악취·수질오염에 관한 민원이 끊이질 않았다”면서 재입식을 반대했다.

이와 관련 안동시는 서현 양돈단지를 매입, 단지를 폐쇄한다는 계획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매입비 확보에 60억 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 데다가 농가들이 폐업 보상금까지 요구하고 있어서다.

재입식을 반대하는 주민의 입장이 워낙 확고한 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도 미진한 상황이어서 농장주와 주민간의 재입식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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