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 입후보 기자회견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 입후보 기자회견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후보 8명이 15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정견발표를 진행한다. 한국의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6일 발표에 나선다.

정견발표 순서는 후보 등록순이다. 첫날은 멕시코의 헤수스 세아데,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이집트의 하미드 맘두 후보가 발표했다.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는 유력 후보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이번 정견발표에서 1990년대 WTO에서 일한 이력을 소개하며 자신이 국제 무역 협상의 교착 상태를 타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콘조이웰라 의장은 나이지리아에서 재무장관과 외무장관을 지냈고 세계은행 전무를 역임하는 등 다양한 경력을 쌓아왔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Gavi를 이끌며 WTO 본부가 자리한 스위스 제네바에서 인지도를 높였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Gavi 본부도 제네바에 있다. 더욱이 그간 아프리카에서 WTO 사무총장을 배출한 적이 없는 데다 여성이 이 기구에서 최고위직에 오른 적이 없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후보자 8인. (출처:연합뉴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후보자 8인. (출처:연합뉴스)

16일 정견발표에 나서는 후보는 몰도바의 투도르 울리아노브스키, 케냐의 아미나 모하메드, 유명희 본부장이다.

유명희 본부장은 오후 3시에 정견발표를 한 후 오후 5시에 기자회견을 갖는다.

한국의 WTO 사무총장 도전은 김철수 전 상공부 장관(1994년)과 박태호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2012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유 본부장은 한국이 낸 첫 여성 후보기도 하다. 한국은 이번에 중견국 지위를 강조하며 표심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은 이해관계가 첨예한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사이에서 중립적 역할을 할 수 있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서도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특히 유명희 본부장은 25년간 통상 외길을 걸은 전문가라는 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진화 과정에서 전 세계적으로 여성 리더십이 주목받은 점도 공략 포인트로 잡을 수 있다. 다만 한국과 통상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의 노골적인 ‘반(反)한국’ 움직임은 넘어야 할 산이다. 현 시점에서 유 본부장의 당선 가능성을 낙관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유 본부장이 중견국을 대표해 WTO 최대 지분 국인 미국의 선택, 아시아권 개도국의 지지를 확보한다면 승산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 본부장은 지난 1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출국했다. 그는 출국 전 인천공항에서 취재진들과 만나 “후보 8명이 출마해 치열한 경쟁이 될 것 같다”며 “자신이 쌓은 통상 분야 경험과 전문성, 국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WTO 개혁을 이끌 적임자라는 것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17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마지아드 알투와이즈리, 영국의 리엄 폭스 후보가 발표한다.

각 후보는 등록 순서대로 15분 동안 발표한 뒤 1시간 15분 동안 질의응답 시간을 갖게 된다. 유 본부장의 발언 순서는 후보 접수 순서에 따라 5번째로, 이르면 16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견 발표 과정은 모두 비공개로 진행된다. 정견발표 이후에는 9월 6일까지 선거운동 기간을 거친 뒤 오는 9월 7일부터 차기 WTO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회원국 협의 절차가 진행된다. 오는 11월 초까지 선출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새 사무총장은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멈춰선 글로벌 교역을 재개하고, WTO에서 대법원과 같은 역할을 하는 상소기구를 재정비해야 하는 등 숙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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