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후보자 8인 (PG). (출처: 연합뉴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후보자 8인 (PG). (출처: 연합뉴스)

15~17일 3일간 후보 정견 발표

유명희, 16일 발표할 것으로 예상

낙관 못해… 日 ‘노골적 反韓’ 부담

오콘조와 ‘女女대결’ 성사여부 주목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사상 첫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도전의 행보를 본격화했다. 유 본부장이 출사표를 던진 WTO 사무총장 선거는 8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접수 마감 직전 영국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후보를 내면서 신임 WTO 사무총장 자리를 놓고 8개국 8명이 접전을 펼치게 됐다.

유 본부장은 15일(현지시간)부터 3일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WTO 특별 일반이사회 참석을 위해 지난 1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출국했다.

그는 출국 전 인천공항에서 취재진들과 만나 “후보 8명이 출마해 치열한 경쟁이 될 것 같다”며 “자신이 쌓은 통상 분야 경험과 전문성, 국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WTO 개혁을 이끌 적임자라는 것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WTO 사무총장 선거에는 한국을 포함해 영국, 나이지리아, 이집트, 케냐, 멕시코, 몰도바, 사우디아라비아 등 8개국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유 본부장과 ▲헤수스 세아데 WTO 초대 사무차장(멕시코)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전 재무장관(나이지리아) ▲하미드 맘두 전 WTO 서비스국 국장(이집트) ▲투도르 울리아노브스키 전 주제네바 대사(몰도바) ▲아미나 모하메드 전 WTO 의장(케냐) ▲모하마드 알 투와이즈리 전 경제기획부 장관(사우디아라비아) ▲리엄 폭스 전 국제통상장관(영국)이다.

차기 사무총장 후보 정견 발표는 오는 15일부터 3일 동안 WTO 특별 일반이사회에서 제네바 주재 회원국 대사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각 후보는 등록 순서대로 15분 동안 발표한 뒤 1시간 15분 동안 질의응답 시간을 갖게 된다. 유 본부장의 발언 순서는 후보 접수 순서에 따라 5번째로, 이르면 16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견 발표 과정은 모두 비공개로 진행된다. 정견발표 이후에는 9월 6일까지 선거운동 기간을 거친 뒤 오는 9월 7일부터 차기 WTO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회원국 협의 절차가 진행된다.

한국의 WTO 사무총장 도전은 김철수 전 상공부 장관(1994년)과 박태호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2012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유 본부장은 한국이 낸 첫 여성 후보기도 하다. 한국은 이번에 중견국 지위를 강조하며 표심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은 이해관계가 첨예한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사이에서 중립적 역할을 할 수 있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서도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특히 유명희 본부장은 25년간 통상 외길을 걸은 전문가라는 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진화 과정에서 전 세계적으로 여성 리더십이 주목받은 점도 공략 포인트로 잡을 수 있다. 다만 한국과 통상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의 노골적인 ‘반(反)한국’ 움직임은 넘어야 할 산이다. 현 시점에서 유 본부장의 당선 가능성을 낙관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유 본부장이 중견국을 대표해 WTO 최대 지분 국인 미국의 선택, 아시아권 개도국의 지지를 확보한다면 승산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선진국과 개도국이 번갈아 WHO 사무총장직을 해온 관례를 볼 때, 이번에는 선진국을 대표할 영국의 리암 폭스 전 국제통상부 장관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있다.

또한 나이지리아의 오콘조이웰라 전 재무장관이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오콘조이웰라 의장은 나이지리아에서 재무장관과 외무장관을 지냈고 세계은행 전무를 역임하는 등 다양한 경력을 쌓아왔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Gavi를 이끌며 WTO 본부가 자리한 스위스 제네바에서 인지도를 높였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Gavi 본부도 제네바에 있다. 더욱이 그간 아프리카에서 WTO 사무총장을 배출한 적이 없는 데다 여성이 이 기구에서 최고위직에 오른 적이 없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WTO는 아제베두 사무총장이 지난 5월 14일 임기를 1년 남기고 돌연 사임하겠다고 밝히면서 새로운 수장을 선출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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