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병과 더불어’ 칸타타 작품 악보 표지. (제공: 진주시) ⓒ천지일보 2020.6.24
‘보병과 더불어’ 칸타타 작품 악보 표지. (제공: 진주시) ⓒ천지일보 2020.6.24

50여년간 연주 못한 채 운명

분실 후 54년 만에 제자리로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고(故) 이상근(1922~2000년) 선생의 ‘보병과 더불어’ 칸타타 작품의 악보가 30일간 예고기간을 거친 후 국가등록문화재가 된다.

진주시는 한국전쟁 70주년을 기념하는 문화재청 공모에 응모해 1·2차 전문위원 자문회의와 위원회의를 거쳐 문화재로 등록 예고됐다고 24일 밝혔다.

‘보병과 더불어’ 작품은 이상근 선생이 마산여고 재직 중인 1952년 8월 3~21일 평소 친분이 있던 청마 유치환 선생의 시집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됐다.

이상근 선생은 청마 선생의 시집 중 시 4편을 골라 대규모 합창이 포함된 한국전쟁의 대서사시를 창작했다.

보병과 더불어는 교향곡 형식의 4악장으로 구성돼있으며, 1악장(전진), 2악장(전우에게), 3악장(1950년 X마스에 부치다), 4악장(결의)으로 기승전결을 갖췄다.

이 악보는 1952년 8월 당시 고려교향악단 지휘자인 김생려 씨에게 연주를 조건으로 빌려줬지만, 한국전쟁으로 연주 한번 못하고 분실된 사연도 전해진다. 이후 50여년 동안 이상근 선생은 악보를 찾지 못한 채 2000년에 숨을 거뒀다.

그러던 중 2006년 잊힌 악보의 소장자가 나타나면서 54년 만에 다시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악보는 서울의 소장자가 가지고 있다가 대구에 있는 고문서 수집가를 통해 가까스로 진주시로 넘어왔다.

그 이듬해 6월 25일 진주에서 역사적인 첫 공연(부산대학교 박성완 교수 지휘, 진주시립교향악단, 합창단, 김해시립합창단)이 열렸다. 이어 부산문화회관 대공연장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공연이 개최돼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시는 이번 문화재 등록을 계기로 진주지역 예술인들의 다양한 작품에 대해 문화재 등록을 검토할 방침이다.

조규일 시장은 “이경순, 이성자, 이형기, 박생광, 박은회, 설창수, 허수경, 최계락 등 훌륭한 예술인들의 창작품이 국가문화재가 될 자격을 갖췄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지역에서 문화재 자격을 갖춘 작품들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고(故) 이상근(1922~2000년) 선생 모습. (제공: 진주시) ⓒ천지일보 2020.6.24
고(故) 이상근(1922~2000년) 선생 모습. (제공: 진주시) ⓒ천지일보 202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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