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자인 예술의전당 김장실 사장이 지난 23일 원불교 청소년 교화박람회에서 “문화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종교”라고 말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예술의전당 김장실 사장 인터뷰

韓, 화합 정신 ‘종교갈등’ 해결
종교계 위인들 종교 연합 도모

민족 종교 기반한 ‘한류풍’
종교문화, 세계 화합 가능

[천지일보=최유라 기자] 원불교 청소년 교화박람회가 ‘원기96년 문화콘텐츠 컨퍼런스’라는 주제로 지난 21일부터 2박 3일간 서울 하이원빌리지에서 열렸다. 행사 이튿날 ‘문화의 힘과 비전’에 대해 강의를 전한 예술의전당 김장실(57) 사장을 만났다.

김 사장은 문화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종교라며, 종교가 세상의 문화보다 뛰어나려면 그만큼 콘텐츠를 풍부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드라마 <대장금>이 이란에서 시청률이 89%입니다. 2002년 월드컵 시즌 때 국내 방송 3사 시청률 합친 게 70%도 안 됐는데 말이죠.”

김 사장은 한류문화를 예를 들며 우리나라가 얼마나 문화적으로 뛰어난 민족인지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일어난 리비아 사태, 미국에서 일어난 9.11사태 등 모든 분쟁의 시작은 종교 갈등에서 시작됐다고 언급했다.

이 사건들은 타종교를 이해하지 못해 발생한 대표적인 사례다. 김 사장은 이런 세계적 흐름을 우리나라와 비교하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도 사회갈등 요소에 종교갈등이 새롭게 회자되고 있는 추세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김 사장은 우리나라가 옛날부터 ‘관용의 정신’과 ‘화합의 정신’이 살아있기 때문에 중동과 같은 유혈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그는 문화체육관광부(문화부) 제1차관으로도 있었기에 더욱 종교화합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70~80년대부터 주요 종단의 큰 어른들께서는 종교 갈등을 없애기 위해 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를 만들었습니다. 초기에는 가톨릭에 김수환 추기경, 개신교에 한경직 목사, 불교에 성철스님 등 이런 분들이 많은 활동을 해 오셨죠.”

김 사장은 종지협 외에도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와 같은 종교연합을 도모하는 모임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종교계 위인들을 기리면서 이들이 남겨놓은 종교화합의 장이 끝까지 이어질 것이라 믿고 있다.

그러면서 김 사장은 앞으로 한국이 아시아의 중심, 나아가 세계 문화 중심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류문화가 세계문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나라 문화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김 사장은 우리나라가 오랫동안 다른 나라와 견줄만한 독자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한국은 창의적인 기질이 대단히 뛰어납니다. 그동안 경제적으로 힘들고, 정치적으로 분단돼 있었기 때문에 그 기질이 많이 억눌러 있었던 거죠. 그런데 지금은 경제발전과 민주화가 이루어지면서 우리만의 기질이 용수철이 튀어나오듯 폭발적으로 솟구쳐 나오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한류문화입니다.”

김 사장은 한류문화가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며 우리나라만의 독보적인 문화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사장은 한류문화가 세계 곳곳에서 드러난 순서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김 사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알려진 한류문화가 대중음악, 드라마, 영화를 비롯한 대중문화라고 말했다. 그 다음 한류문화는 생활문화, 마지막 단계는 한국의 정신문화와 제도라며 이것이야 말로 세계적인 호소력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실 사례를 들었다.

“한국의 새마을운동이 후발개도국에서 저개발농촌운동의 한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종교 간 융합을 돕는 이런 사상적 기류도 세계의 종교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가 될 수 있겠죠. 우리는 이러한 정신문화를 개발해야 됩니다.”

▲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회장이기도한 예술의전당 김장실 사장이 지난 23일 원불교 청소년 교화박람회에서 강의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김 사장은 불교신자다. 그렇지만 불자를 떠나 모든 종교를 섭렵하고 있다. 문화부 차관으로 있었기 때문인지 그는 개신교, 가톨릭, 불교, 원불교, 민족종교 등 모든 종단과 친분이 돈독하다.

김 사장의 관심사는 종교 화합도 있지만 무엇보다 민족종교가 발전돼 세계화가 되는 것이다.

한번은 김 사장의 이런 사상을 이해한 원불교 측에서 강의를 요청했다. 그는 전라북도 익산에 있는 원불교 중앙총부까지 찾아가 강의했다.

또 원불교 인터넷 TV에서는 ‘마음수련’과 관련해 강의했으며 한국의 샤머니즘과 유교·불교에서 마음수련을 어떻게 하는지 비교하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중앙총부의 원불교 교무를 상대로 ‘천년 후에 원불교가 세계 종교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되는가’에 대한 주제 강의도 했다.

특히 이런 주제는 원불교 교무가 가르쳐야 할 상당히 중대한 사안임에도, 원불교 측은 불자 신분인 그를 초청했고, 원불교 교무는 그의 강의에 매우 흡족했다는 후문이다.

“불교와 원불교는 원리가 같습니다. 제 관심사항은 원불교를 비롯해 우리의 민족종교가 도대체 어떻게 생겨났고, 그렇게 생겨난 종교의 이데올로기의 보편성이 어디 있는지, 또 어떻게 세계성을 획득할 수 있는지에 관심이 많습니다. 우리 종교의 정체성을 세계화를 시키기는 것이 저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원불교는 올해 원기 96년을 맞았다. 앞으로 원기 100년을 맞이하는 원불교가 세계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 물었다. 그러자 그는 “원불교는 그들만의 국지성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불자의 시각으로 원불교를 바라본 그는, 원불교 경전을 세계 주요언어로 번역해서 유명한 강사들을 세계 곳곳에 파견해 원불교를 알리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화의 흐름에 맞춰서 건물도 원불교만의 특수성을 보이도록 짓고, 수행과 봉사와 교육 등의 각 분야별로 ‘스타’를 탄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불교는 1980년대 성철스님이 나타나셨습니다. 불교의 수행에 있어서는 눕지도 않고 앉아서 8년 동안 수행을 하신 분이죠. 그 분을 만나기 위해서는 3000배를 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그가 말하는 스타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연예인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사람들이 진심으로 종교인을 존경하는 마음이 우러나오는 그러한 행동이 문화가 되어 이들을 스타로 만든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종교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문화를 이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김 사장은 앞으로 문화가 발전하는데 종교가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 설명했다.

“문화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종교입니다. 오늘날 문화가 종교문화로 귀결된다는 것입니다. 서양의 고전음악도 교회음악에서 출발했고, 서양의 고급예술도 성당이나 궁전을 화려하게 지으면서 지속적으로 발전하게 됐습니다.”

김 사장은 앞으로 종교가 이러한 문화예술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각 종단의 콘텐츠를 기획하는 사람들은 다른 어떤 사람들보다 뛰어난 아이템을 내놓아야 교인들을 흡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종교가 문화예술의 발전에 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외향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문화의 콘텐츠를 풍성하게 하는 것에도 앞장서야 합니다.”

문화와 종교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김 사장. 그는 현재 한류의 바람이 한국의 정신문화를 수출하는 때를 알리고 있다며, 종교로부터 시작된 문화가 이젠 문화로부터 종교의 기본 정신을 되찾을 때라고 말했다.

또 그는 우리의 정신문화가 전 세계의 화합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며 이러한 중추적인 역할을 각 종단 종교인들이 풀어 나가야 할 숙제라고 강조했다.

< 약력 >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하와이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박사
1994~1995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 행정관
1995~1996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 국장
1996~1997 대통령비서실 비서실장보좌관
1997~1998 대통령비서실 정치특보보좌관
1997~1998 문화관광부 공보관
1998 홍조근정훈장
2000 행정자치부 장관상
2000~2001 문화관광부 부이사관
2001~2003 문화관광부 예술국 국장
2003~2005 한국예술종합학교 사무국 국장
2005~2006 국무총리국무조정실 교육문화심의관
2006~2008 문화관광부 종무실 실장
2008.03~2009.04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2009.12~ 예술의전당 사장
2009.12 제7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회장
2011.03~ 제8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회장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