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풍산화동양행 이제철 대표

우리나라 화폐사

은행권의 품질 강화 (1965~)

1962년 통화 조치 당시 발행된 은행권은 500원권과 100원권을 제외하고 모두 위조가 용이한 평판인쇄방식에 의해 제조됨에 따라 은행권 인쇄 방식을 요판인쇄 방식으로 전환하는 일이 시급하였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한국조폐공사가 1965년에 요판인쇄 시설을 도입한 것을 계기로 요판인쇄 은행권의 발행을 추진하였다.

1965년 8월 ‘다’ 100원권과 1966년 8월 ‘나’ 500원권을 차례로 발행하였다. ‘다’ 100원권은 국내에서 제조된 최초의 요판인쇄권으로 규격은 종전의 ‘가’, ‘나’ 100원권과 같았으나 앞면 도안은 독립문에서 세종대왕 초상으로, 뒷면 도안을 경회루에서 한국은행 본관 건물로 변경하였다.

‘나’ 500원권의 경우에는 앞면 도안은 종전의 남대문을 그대로 사용하였으나 뒷면 도안은 종전의 성화를 거북선으로 하는 한편 규격을 가로·세로 모두 확대하였다. 이어서 1969년 3월 ‘나’ 50원권을 발행하였는데 규격은 종전보다 다소 축소하였다. 은행권 앞면에 탑골공원을 소재로 한 ‘나’ 50원권은 소액권종임에도 불구하고 요판인쇄 방식에 의해 제조되었다. 이로써 1962년 통화 조치로 영국에서 제조되어 발행된 6개 권종 중 주화로 대체된 5원권 및 1원권을 제외하고는 모두 국내 제조권으로 대체되었다.

500원권(위)과 100원권 (제공:풍산화동양행) ⓒ천지일보 2020.5.5
500원권(위)과 100원권 (제공:풍산화동양행) ⓒ천지일보 2020.5.5

1차 은행권 권종 체계 정비 (1970년대)

1960년대 중반 이후 우리나라 경제가 고도성장을 지속함에 따라 거래 규모가 확대되고 물가가 상승하여 1970년대에 들어 고액권을 발행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사회 경제적 현실에 부응하여 1만원권(‘가’ 1만원권) 지폐를 발행하기 위해 신문에 공고까지 냈으나, 1만원권 도안이 석굴암과 불국사를 도안해서 특정 종교를 두둔한다는 이유로 종교단체의 저항에 부딪혀 1973년 6월 세종대왕을 소재로 하여 우리나라 최초의 고액 ‘가’ 1만원권이 탄생하였다. 또한 1972년 7월 발행한 ‘가’ 5000원권은 도안의 소재인 율곡 이이의 초상에서 동양인이 아닌 서양인의 이목구비와 같다는 파문이 일어 이후부터는 표준영정을 정하는 작업에 착수하였다. 당시 ‘가’ 5000원권이 서양인을 닮은 이유는 인쇄 원판을 영국의 토마스 테라루사에 의뢰해서 크게 검증 없이 외국인 조각가에 의해서 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만원권(위)와 오천원권 (제공: 풍산화동양행) ⓒ천지일보 2020.5.5
만원권(위)와 오천원권. (제공: 풍산화동양행) ⓒ천지일보 2020.5.5

‘가’ 1만원권은 앞면 좌단에 석굴암 보살을 숨은 그림으로 삽입하였고, ‘가’ 5000원권은 율곡의 초상이 숨은 그림으로 삽입되었다. 한국은행은 1973년 9월 종전의 ‘나’ 500원권(남대문 500원)이 전체적인 색상이 흑색이어서 위조가 쉽다는 이유로 모양과 색상을 개선한 새로운 500원권(‘다’ 500원권)을 발행하였다. 도안은 충무공 이순신의 초상과 거북선을 사용하였고 기조 색은 종전의 흑색에서 청색, 황색, 적색 등으로 다양화하여 위변조 방지를 재고하였다.

한편 소득증대와 물가상승에 따른 거래단위 금액의 상승으로 중간권종의 은행권이 필요함에 따라 1975년 8월 ‘가’ 1000원권을 발행하게 되었다. ‘가’ 1000원권의 도안은 퇴계 이황의 초상과 무궁화를 숨은 그림으로 채택하였다. 이로써 ‘가’ 5000원권과 ‘가’ 1만원권 등 고액권과 ‘다’ 500원권의 중간 권종인 ‘가’ 1000원권의 발행으로 우리나라 은행권 권종 체계가 새롭게 정비되었다.

표준 영정에 대한 논의가 있기 전에 제작된 ‘가’ 5000원권과 ‘가’ 1만원권을 대체하기 위하여 1977년 6월 ‘나’ 5000원권을, 1979년 6월에는 ‘나’ 1만원권을 발행하였다. ‘나’ 5000원권은 표준영정으로 제작된 율곡 이이의 초상을 사용하였고 ‘나’ 1만원권은 표준 영정으로 수정된 세종대왕과 물시계를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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