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동물인 인간. 인간도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포유류의 일종이기에 털이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천지일보 2020.4.27
사회적 동물인 인간. 인간도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포유류의 일종이기에 털이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천지일보 2020.4.27

 

털이 많으면 미인? 가슴의 털은 야성미?

외부의 충격에서 몸을 보호하는 역할

고대 이집트… 긴 턱수염은 왕권의 상징

기를 것인가 밀 것인가… 자신의 선택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누군가 그랬다. 털이 많으면 미인이라고. ‘털’ 많은 사람에겐 은근 기분 좋은 소리겠으나 신빙성은 “글쎄올시다”이다. 사실 미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심지어 동시대에 살아도 사람마다 미의 기준은 다르기 마련이다. 진화론적으로 따지자면 외려 털이 많으면 “진화가 덜 된 사람”으로 짓궂은 농담을 듣기도 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 인간도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포유류의 일종이기에 털이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털이 몸을 뒤덮을 정도로 많았지만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필요한 부위를 제외하고는 털이 퇴화되어 갔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열대 초원지역에 살면서 사나운 맹수로부터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밤보다는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 낮에 활동하다보니 몸의 열을 최대한 빨리 배출하기 위해 털이 줄어드는 쪽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 내 몸에 털이 많은 것을 두고 “난 진화가 덜 된 건가?”라고 고민할 필요는 없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털의 많고 적음과 털의 색깔을 결정짓는 것은 말 그대로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눈·코·입 다 있는 얼굴이지만 생김새가 열이면 열 다 다른 것처럼 말이다.

 

기능적인 면에서의 털은 외부로부터의 충격에서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4.27
기능적인 면에서의 털은 외부로부터의 충격에서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4.27

“왜 내 털이라고 말을 못해?”
사람마다 좋아하는 이상형이 있다. 누군가는 가슴에 털이 있는 남자를 좋아하고, 어떤 이는 가슴의 털을 생각만 해도 “으악~~”하면서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남성들의 경우 털을 남성미, 혹은 야성미로 인식해 셔츠 단추 여러 개 풀어헤쳐 가슴의 털을 내보이는 이들도 있다.

계속해서 털 얘기를 하다 보니 이상하게 털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털’은 기능적인 면에서 보면 참 고마운 존재다. 그러함에도 “‘털’하면 떠오르는 곳은 어디인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면 으레 부끄러워하거나 혼자만의 상상의 나래를 펴는 이들이 많다. 사람 몸에 있는 털을 논함에 있어 부끄러움은 웬 말인가? 다 필요하니 거기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물론 개인의 선택에 따라 없애버리는 것은 자유이지만 말이다.

기능적인 면에서의 털은 외부로부터의 충격에서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머리카락의 경우 빛과 열을 반사해 온도 차이에 매우 민감하고 취약한 뇌를 보호하며, 코털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먼지 등의 이물질이 폐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코를 너무 자주, 세계 후비거나 미관상 좋지 않다고 코털을 주기적으로 뽑아내는 것은 염증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코가 너무 답답해서 청소를 해주고 싶다면 깨끗한 손으로, 털을 정리하고 싶다면 뽑는 것보단 가위로 다듬어주는 것이 좋다.

속눈썹은 땀과 미세입자로부터 눈을 보호하고 안구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공기의 흐름을 바꿔준다. 눈이 작아 먼지가 자주 들어가는 것 같다고 하니 “속눈썹이 짧아서 그래”라고 말했던, 속눈썹이 몹시도 길었던 친구가 부러워지는 순간이다. 이외에도 겨드랑이와 같이 마찰이 많은 부위에 나는 털은 외부로부터 오는 충격을 줄여주는 쿠션 역할을 해준다. 웬만해선 있는 게 낫다는 소리다.

옷차림이 가벼워지는 계절에 짧은 소매 사이로 문득문득 보이는 겨드랑이 털. 털을 밀고 안 밀고는 각자의 선택임에도 유독 여성들에게만 ‘관리’를 요구받는 느낌이다. 타인에게 피해를 줄만큼의 땀 냄새와 무성한 숲을 이뤄 옷 밖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정도만 아니면 겨드랑이 털을 그대로 두고 싶은 여성들이여 ‘탈(脫) 겨드랑이 털’을 선언해라.

 

고대 이집트에서 턱수염은 강력한 왕권의 상징이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4.27
고대 이집트에서 턱수염은 강력한 왕권의 상징이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4.27

털, 시대를 반영하다

털은 그 시대의 문화를 반영하기도 한다. 일례로 조선 시대에는 남자의 수염이 지위와 권력을 상징하기도 했다. 이에 값비싼 보석으로 장식된 빗을 사용해 수염을 빗는 양반들도 많았다. 인재를 등용할 때 외모를 살피기도 했는데 여기서 외모란 수염이 좌우하는 인상과 풍채 등을 의미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머리 모양으로 신분을 구별했다. 노예는 머리카락을 길러 단발을 유지했으며, 귀족들은 삭발한 후 가발을 썼다고 한다.

그렇다면 고대 이집트에서 왕들은 무엇으로 자신의 위엄과 신성을 나타냈을까. 바로 긴 턱수염이었다. 그렇다. 직접 실물을 본 적은 없지만 왠지 익숙한 그 얼굴. 두 손을 앞으로 가지런히 모아 팔짱을 낀 듯한 모습에 짙은 아이라인, 거기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긴 턱수염. 본 적 없던 파라오의 모습이 이렇게 선명하게 각인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여왕도 인공 수염을 사용했을 정도로 강력한 왕권을 상징했던 수염이라니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다.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울다가 웃으면 똥구멍에 털 난다.”는 말이 있다. 흔히 놀려먹을 때 쓰는 말로만 알고 있는데, 여기에는 교훈적인 의미도 담겨 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시선은 생각하지 않고 자기감정만을 지나치게 표현하거나 주체하지 못해 남에게 부담을 주거나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의미로, 어른들이 어린이들에게 했던 다소 무서운(?) 교훈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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