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 없이 웃는 사람을 보며
실 없이 웃는 사람을 보며 "너 허파에 바람 들어갔냐?"는 말을 하곤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허파에 바람 들어가는 게 이상한 걸까

창자를 끊어내는 고통… 斷腸의 슬픔

사촌이 땅을 사니 “배알이 꼴리다”

줏대 없는 사람에겐 “쓸개도 없냐?”

대담한 사람을 보면 “간이 크다”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허파에 바람 들어갔냐?”

한번쯤은 들어보거나 누군가에게 해봤을 말이다. 실없이 웃으며 행동하는 사람에게 흔히 하는 말 중 하나다. 그렇다면 과연 허파에 바람이 들어갈 수 있을까? 답은 “그렇다”이다.

허파 즉 폐는 외호흡이 일어나는 사지동물의 호흡기관으로 공기주머니 형태로 되어 있어 숨을 들이쉬면 늘어나고 숨을 내쉬면 줄어든다. 만약 공기가 폐가 아닌 폐를 둘러싸고 있는 흉막강 내에 차게 되면 호흡곤란이나 흉부 통증 등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것을 기흉이라고 한다.

아마도 허파에 바람 들어갔냐는 말은 폐에 공기가 과하게 들어갔거나, 기흉 증상이 있을 때 정상적인 호흡을 찾기 위해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괴로워하는 모습이 흡사 ‘켁켁’거리며 웃는 것 같아 생긴 말이지 싶다. 비슷한 말로는 “허파 줄이 끊어졌나?”가 있다.

허파 곧 폐는 오장육부 중 하나다. 사람의 몸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구조와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 중 오장육부(五臟六腑)는 한의학에서 인체의 내부 장기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오장은 간장․심장․비장․폐장․신장을 말하며, 육부는 대장․소장․쓸개․위․삼초(三焦)․방광 등을 말한다.

“허파에 바람 들어갔냐?”는 말처럼 오장육부에 얽힌 이야기나 속담이 적지 않다. 혹시 ‘단장의 미아리고개’라는 노래를 아는가.

 

새끼 잃은 어미 원숭이의 슬픔과 고통이 극에 달해 창자가 마디마디 끊어져 죽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새끼 잃은 어미 원숭이의 슬픔과 고통이 극에 달해 창자가 마디마디 끊어져 죽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당신은 철사 줄로 두 손 꼭꼭 묶인 채로/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맨발로 절며 절며/ 끌려가신 이 고개여 한 많은 미아리고개~”라며 애끓는 심정을 담아 부르던 그야 말로 한이 느껴지고, 아픔이 느껴지는 노래로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자극했던 노래다.

6.25전쟁 후인 1956년 발표된 트로트로 반야월 작사, 이재호 작곡, 이해연 노래로 유명해진 ‘단장의 미아리고개’에서 ‘단장(斷腸)’은 ‘창자를 끊어내는 고통’을 말한다. 얼마나 가슴 아프고 고통스러운 슬픔이기에 창자를 끊어낼 정도로 아픔으로 표현했을까 하니 절로 눈물이 난다. 단장의 슬픔에 얽힌 유명한 고사가 있다.

중국 진나라 때 양쯔강을 따라 촉을 정벌하러 가던 병사들이 새끼 원숭이 한 마리를 잡아다 배에 실었다. 뒤늦게 새끼가 없어진 것을 안 어미 원숭이가 강을 따라 백리 길을 울부짖으며 쫓아왔지만 새끼를 내어주지 않자 어미 원숭이가 뱃전에 몸을 던져 죽고 말았다. 이후 병사들이 죽은 어미 원숭이의 배를 갈라보니 창자가 토막토막 끊겨 있었다고 한다. 새끼 잃은 어미의 슬픔이 얼마나 컸으면 실제로 창자가 끊어져 죽는단 말인가.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생각나는 이야기다. 생때같은 자식을 잃는 슬픔, 그 고통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창자(대장․소장)에 대한 것에는 또한 “배알(밸)이 꼴리다.”는 말이 있다. 상대방이 하는 짓이 거슬리거나 아니꼬울 때, 남이 잘되는 것을 시기할 때 흔히 쓰는 표현 중 하나다. 여기서 ‘배알’은 창자를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여기에 속한다. 여기서 ‘아니꼽다’는 말은 ‘안이+곱다’ 즉 ‘안(장:臟)’이 ‘굽다’로 이 또한 장이 꼬일 정도로 기분이 좋지 않다는 의미다.

 

사람의 몸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구조와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 중 오장육부(五臟六腑)는 한의학에서 인체의 내부 장기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오장은 간장․심장․비장․폐장․신장을 말하며, 육부는 대장․소장․쓸개․위․삼초(三焦)․방광 등을 말한다. (일러스트: 김예슬 기자) ⓒ천지일보 2020.4.22
사람의 몸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구조와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 중 오장육부(五臟六腑)는 한의학에서 인체의 내부 장기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오장은 간장․심장․비장․폐장․신장을 말하며, 육부는 대장․소장․쓸개․위․삼초(三焦)․방광 등을 말한다. (일러스트: 김예슬 기자) ⓒ천지일보 2020.4.22

다음은 쓸개다. 그렇다. 예상되는 바로 그 말 “쓸개 빠진 놈”에 대해 알아보자.

하는 짓이 사리에 맞지 않고 줏대가 없는 사람한테 주로 쓰는 “쓸개 빠진 놈”은 그래도 어딘가 모르게 상대방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줏대 없이 이리저리 휘둘리지 말고 네 생각을 밀고 나가라는 일종의 격려이자 안타까움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쓸개는 간에서 분비되는 쓸개즙을 저장하는 주머니 역할을 한다. 담낭(膽囊)이라고도 하며 담력(膽力)의 ‘담’자와 같다. 한의학에서는 사람의 담대하고 과감한 기운이 쓸개에서 나온다고 보기 때문에 담낭이 제대로 일을 하면 건강한 정신과 육체가 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쓸개 없는 놈’과는 좀 상반된 말로 ‘간(肝)이 큰 놈’이 있다. 간이 부었다고도 하는데, 이 말은 어디에서 유래된 것인가. “간이 크다.”는 관용구로 겁이 없고 매우 대담한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한의학에서 간(肝)은 에너지를 만들고 동시에 마음이나 정신을 관장하는 기관으로 본다. 이런 측면에서 “간에 기별도 안 간다.” “간이 부었다.” “간이 크다.” “간이 콩알만 해지다.” 등의 관용적 표현이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예로부터 오장육부가 튼튼해야 건강하다는 말이 있다. 더불어 눈도, 머리도 좋아진다고 하니 오장육부를 튼튼히 하고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또한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한다. 모두가 공존하며 사는 세상, 외부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를 피하기는 어렵지만 이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은 자신의 몸을 사랑하는 데 있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이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한 그날을 위해 우리 함께 서로 뜨겁게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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