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간의 도피행각 끝에 붙잡힌 1조원대 환매중단 사태를 빚은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24일 오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020.4.24
5개월간의 도피행각 끝에 붙잡힌 1조원대 환매중단 사태를 빚은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24일 오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020.4.24

김봉현, 택시 7번 갈아타며 이동

가짜 신분증 들고 다니며 행세

몸싸움 끝에 김 회장 검거 성공

이종필, 비교적 순순히 붙잡혀

심모 팀장은 지붕으로 도망쳐

라임사태 규명 속도 붙을 듯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1조 6000억원 피해액을 낸 이른바 ‘라임 사태’의 핵심인물인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드디어 경찰에 붙잡혔다. 5개월간의 도피를 끝내는 순간은 상당히 극적이었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김 회장을 검거한 시각은 전날인 23일 오후 9시쯤이다. 김 회장이 숨어있던 곳은 한적한 지방 어딘가 아닌 서울시 성북구의 한 거리였다.

택시를 타고 이동하려던 김 회장을 잠복하고 있던 경찰이 체포하려 하자 김 회장은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내보이며 김 회장 본인이 아닌 척 했다. 이 방법이 먹히지 않자 그는 거세게 저항했다. 하지만 결국 경찰에 붙잡혔다.

김 회장을 체포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최근 A씨라는 인물과 김 회장이 이달 초 서울 모처에서 만난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이 A씨의 존재를 인지한 건 김 회장의 측근 B씨의 가족과 A씨가 만난 것을 확인한 이후였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며 그의 동선을 쫓기 시작했다. A씨는 누군가의 추적을 의식한 듯 이동할 때 택시를 여러 차례 갈아탔다. 하지만 끈질기게 A씨 동선을 따라간 끝에 김 회장과의 만남도 목도 한 것이다.

경찰이 확인한 김 회장의 움직임은 한 술 더 떴다. A씨와 헤어진 뒤 무려 7번이나 택시를 갈아타며 서울 성북구의 주택으로 이동한 것이다.

김 회장의 꼼꼼함에 CCTV 만으론 본인 여부를 확신할 수 없었던 경찰은 잠복을 시작했고, 김 회장임을 최종 확인할 수 있었다.

김 회장을 붙잡은 경찰은 그에게 주거지를 파악한 뒤 해당 주택에 들이닥쳤다. 여기서 경찰은 라임 사태의 또 다른 핵심 인물 이 전 부사장을 찾아냈다. 김 회장과 달리 이 전 부사장은 별다른 저항 없이 순순히 경찰에 체포됐다.

다만 함께 있던 제 3의 인물은 그렇지 않았다. 그가 창문을 넘어 주택의 지붕으로 도망친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그도 검거에 성공했다. 정체를 확인한 결과 그는 심모 전 신한금융투자 팀장이었다.

김 회장과 이 전 부사장이 검거되면서 라임 사태는 중대한 분기점을 맞게 됐다.

라임 펀드를 기획하고 운용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 이 전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종적을 감췄다. 코스닥 상장사 리드 경영진의 800억원대 횡령 의혹에 연루된 혐의였다.

이는 라임의 ‘전주’로 지목된 김 회장도 마찬가지였다.

앞서 김 회장은 경기도 버스회사인 수원여객의 회사 자금 161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그대로 잠적해 수배된 바 있다. 경찰이 김 회장을 쫓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특히 김 회장은 지난 18일 구속된 김모 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과 고향 친구로 알려졌다.

금감원 출신인 김 전 행정관은 김 회장으로부터 4900여만원의 뇌물을 받고 라임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라임 검사 관련 내부 정보를 누설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김 전 행정관은 작년 2월부터 1년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으로 파견돼 근무하면서 라임 사태 무마에 관여한 의혹도 받는다. 지난달 SBS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장모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은 라임 피해자를 만나 김 전 행정관의 명함을 보여주며 “라임 거요, 이분이 다 막았어요”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라임 사태 관련해선 청와대나 금감원 등의 ‘윗선’ 연루설도 제기된 상황이다. 라임 사태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남부지검은 경찰 수사가 끝나는 대로 김 회장을 상대로 관련 내용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미 수원여객 사건과 상관없는 이 전 부사장 신병을 인계받았다.

이밖에 김 회장은 스타모빌리티의 회사 자금 517억원을 빼돌린 혐의, 재향군인회상조회를 인수해 300억원가량의 고객 예탁금을 횡령한 혐의 등도 제기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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