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

 

4월 7일은 64회 신문의 날이다. 1957년 신문편집인협회가 독립신문 61주년을 맞으면서 그 창간 날을 신문의 날로 정했다. 당시 내세운 구호로 ①인론자유의 수호와 그 신장에 필요한 사업 ②언론인들의 품위를 향상하고… 등으로 시작했다. 2020년 64회 신문의 날은 시대의 절박감으로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신문인은 언론자유에 위기를 맞이하고, 정상적 신문 운용에 필요한 자금과 더불어 언론환경에 대한 자성이 일어나고 있다.

신문에 비해 방송은 객기(客氣)를 많이 부려왔다. 최근 우한(武漢)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는데 공중파 방송은 재난방송의 핑계로 정부의 나팔수로 자임하고 나섰다. 전염병은 병균원을 차단하는 것이 원칙이나, 정부는 중국인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친중 정부의 의도에 따라 공중파 방송은 정부에게 충성경쟁을 일삼았다. 2020년 1월 20일 국내 첫 확진환자가 일어났는데, 어느 방송도 중국의 감염원을 차단하도록 독려하지 않았다. 프레임과 낙인으로 대구와 신천지 교회가 그 희생물이 됐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20일부터 24일까지 5일간 의사협회 회원 1580명에게 ‘닥터 서베이’를 실시했다. 그 결과로 전체 회원 68.9%가 정부 대응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재난보도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재난방송 주관사의 그 컨트롤 타워를 자임한 정필모 전 KBS 부사장이 더불어 민주당의 비례대표 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 8번에 이름을 올렸다. 기자협회보 3월 25일자에 “KBS 기자협회는 ‘30년의 기자생활과 공영방송 독립을 위한 지난한 투쟁의 날들이 고작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위한 밑천이었는지 묻는다”라는 성명을 냈다. 그 문제를 다시 4월 1일 기자협회보에 “지난달 30일 추천 철회를 요구하며 ‘한국기자협회가 여당 비례대표 후보를 그것도 논란과 지탄의 대상인 위성정당 비례대표 후보를 추천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라며 ‘누가 더 뻔뻔한가를 경쟁하는 위성정당 선거판에 한국기자협회가 그럴싸한 ‘실리’를 내세우며 추천인으로 등장했으니 앞으로 기자들은 무슨 면목으로 권력 감시를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성토했다”라고 했다.

정필모 전 부사장의 비례대표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이상이 KBS에서 벌어진다. 시청자는 유튜브에 빼앗기고, 국내 경제는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더욱이 TV 수신료 거부운동은 계속 벌어지고 있다. 적자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연간 1천 300억을 넘어서고 있고, 자산매각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신문이라고 성할 이유가 없다. 선배들은 신문에 경각심을 갖도록 적신호를 보낸다.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이 지난달 31일 퇴임을 했다. 그는 퇴임 일성으로 “아직도 200자 원고지에, 그것도 가로가 아닌 세로로 글을 쓰는 낡은 기자는 이제 물러갑니다. 기자로 살아서 행복했습니다. 아부 안하고 돈 안 밝히고 살아서 좋았습니다. 55년 동안 감사했습니다”라고 했다. 김 고문은 “‘용기 있는 비판의식을 뜻하는 기자 정신이 아무리 투철해도 글쓰기가 뒤따라주지 못하면 좋은 보도가 나올 수 없고, 그 역도 마찬가지’라며 ‘기자 개인의 글쓰기와 완성도가 중요하며, 기자가 완성도 높은 글을 신문에 파는 시스템으로 가야한다”라고 조언했다.

홍준호 조선일보 발행인은 제47대 신문협회 회장에 당선됐다. 홍 회장은 지난달 2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문협회 정기총회를 끝낸 후 인사말에서 “지금 신문업계는 여러 방면에서 많은 도전을 받고 있지만 이런 때일수록 모두가 힘을 모으고 지혜를 나누며 하나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홍 회장은 이어 “‘그 첫걸음은 언론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언론계는 내부의 차이를 넘어 언론본연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신문 본연의 자세는 사실성과 공정성이다. 사실성은 기사의 정확성, 객관성, 균형성, 독립성 등이 요구된다. 최근 비교적 정부를 제대로 감사하는 신문은 2∼3개 뿐이다. 조선일보는 사실성을 강조하고, 현장성을 강조한다. 이 신문은 100주년을 기해 대대적인 캠페인을 계속 벌리고 있다. 이기훈 기자는 “누군가는 경제 상황을 통계 숫자로만 말할 때. 우리는 먼지 뒤덮인 공장을 찾아 갑니다. 진실은 팩트가 있는 곳에 조선일보가 있습니다”라고 했다. 또한 100주년 사고는 “세상이 속도전으로 뉴스를 쏟아낼 때 우리는 팩트를 찾아 나섭니다. 가짜 뉴스가 과학의 탈을 쓰고 왔을 때 우리는 검증하고 또 검증합니다… 지금 진실에 눈감으면 오늘보다 나아질 수 없습니다. 진실은 팩트에 있습니다. 팩트가 있는 곳에 조선일보가 있습니다”라고 했다.

물론 조선일보만 기자 정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어떤 정권이든 자유를 옥죌 때 언론은 자유를 지키는 투사가 돼야 하고, 사회가 방종할 때 언론은 전 국민에게 각성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 2020년 대한민국 기자정신이 살아있는지…. 64회 신문의 날을 맞이해, 다시 기자 정신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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