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의료진이 번아웃(소진)을 호소하면서 새로운 위기를 맞고 있다. 2일 현재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된 대구지역 의료인은 총 121명으로 의사 14명, 간호사 56명, 간호조무사 51명 등이다. 대부분 헌신적으로 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감염됐다.

그런데 이렇게 몸을 아끼지 않고 희생한 결과에 대해 들려오는 소식은 참으로 애석하다. 코로나 최전방 역할을 하던 대구동산의료원은 운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코로나 사태에 힘쓴 의료인 50여명을 해고했다. 해고 통보를 받은 의료인들은 헌신의 결과가 해고냐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고, 병원은 코로나 사태가 경영난을 해결해주지도 못하고, 정부의 지원 약속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의 의료진들은 이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대구에 배치된 공중보건의 385명은 대부분 떠나고 120여명만 남아있고, 봉사자들도 줄어든 데다, 감염위험성까지 높아지면서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의료 환경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초기 대량 집단 감염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대구의 의료진들은 체력적 정신적으로 몹시 지친 상태다. 이토록 희생한 이들이 이 시점에 해고 통보를 받았을 때는 심한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무슨 대단한 영웅 대접을 바란 것도 아니고, 국민을 위해 희생한 결과에 대해 소속 병원은 물론 지자체도, 정부도 무심했다는 것 아닌가.

정부는 최근 국가재난 구호기금 지급 계획을 밝혔다. 개별 가구나 기업 지원도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코로나 방역의 최전방에 있는 의료진과 병원에 대한 지원을 지금 망설인다면, 수백, 수천명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전쟁에 준하는 상황인 만큼 개별 의료기관이나 지자체에만 맡기지 말고 정부 차원에서 기준을 정해 적극적으로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동참한 의료진에 대한 별도의 지원도 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애쓰다 코로나19에 감염돼 질병과 싸우는 의료진들, 그들이 든든히 버텨줘야 국민도 코로나19를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건 명분보다 목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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