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임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임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9·11테러·금융위기 이어 역대 3번째 임시회의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한국은행이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0.50%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이로써 국내 기준금리는 사상 처음으로 0%대에 들어서게 됐다.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수준으로 확산되면서 국제금융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후 가장 큰 충격에 휩싸이자 주요 선진국들은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의 빠른 대처에 나섰다.

한은도 지난달 27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후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이 고조되고 실물경제 위축이 빠른 속도로 심화하게 되자 긴급하게 임시 회의를 갖고 이 같은 조처를 하게 됐다.

한은 금통위는 의장인 이주열 총재 소집으로 이날 오후 4시 30분 임시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당초 17~18일에 임시 금통위를 소집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그러나 미 연준(Fed·연준)이 15일(현지시간) 1.00%~1.25%에서 0.00%~0.25%로 제로금리 수준으로 인하하면서 회의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1%포인트나 인하하는 ‘빅컷’과 7천억 달러 규모의 양적완화(QE) 조치를 단행함에 따라 한은도 0.50%포인트까지 파격적으로 인하했다.

한은은 한국 및 글로벌 경기에 미칠 충격과 이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고조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금통위는 의결문에서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결정 이후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심화됐다면서 그 영향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주가, 환율 등 주요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크게 증대되고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현 경제상황을 진단했다.

이에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확대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고 성장과 물가에 대한 파급영향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게 금통위가 인하하게 된 배경이다.

금통위는 “국내외 금융·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만큼 앞으로도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영해 거시경제의 하방리스크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31일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금통위 본회의가 끝난 후 통화정책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31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금통위 본회의가 끝난 후 통화정책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DB

아울러 금통위는 이날 금리인하 조치 외에도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를 현재 연 0.50%~0.75%에서 연 0.25%로 인하하는 유동성 공급 추가 조치도 내놨다.

또한 향후 금융기관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을 대비해 환매조건부매매(RP) 대상증권에 은행채를 추가하기로 했다.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금리를 내린 것은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9월(0.50%포인트 인하)과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0.75%포인트 인하) 등 두 차례뿐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은도 엄중한 경제 상황 인식 속에 역대 세 번째로 임시 금통위를 열게 됐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도 통화완화 및 재정확대 등 경기부양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정부도 추경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해 17일 국회 본회의 심사를 앞두고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2.1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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