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선거를 30일 앞둔 15일 전북 전주시 전라북도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전북도선관위 관계자들이 시민들의 투표 참여율을 올리기 위해 선거 거리를 조성하고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제21대 국회의원선거를 30일 앞둔 15일 전북 전주시 전라북도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전북도선관위 관계자들이 시민들의 투표 참여율을 올리기 위해 선거 거리를 조성하고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팬데믹’ 선언에 선거운동 방식 변화

‘정부 지원론’과 ‘정부 심판론’ 격돌

정치신인·군소정당 예비후보 ‘직격탄’

선거사무실 폐쇄·후보 자가격리도 발생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4·15 총선을 강타하면서 각 당의 공약, 후보들의 역량 검증 등이 실종된 ‘깜깜이’ 선거가 치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가적 위기 상황인 것은 물론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하는 등 감염병 확산으로 선거운동 방식 자체가 변했다. 나아가 코로나19는 투표율과 지지층 결집 등 선거 결과를 좌우할 핵심 변수 중 하나로 부상했다.

아울러 이번 총선에서는 코로나19 방역의 성패, 경제 타격에 대한 대응을 놓고 여당을 뽑아 정부를 지원해야 한다는 ‘정부 지원론’과 정부의 실정을 부각하며 야당의 견제에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하는 ‘정부 심판론’이 격돌할 전망이다.

15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확산하면서 이번 총선에선 유권자 대면 접촉에 주력하던 전통적 선거운동 방식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이에 후보들은 출퇴근길 인사와 다중이용시설 방문 등을 자제하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활용한 선거운동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여야 대권 주자들도 코로나19 방역에 힘쓰는 모습을 보이면서 코로나19 대응과 선거운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쫓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구기동 소재 양로원 외곽을 소독하고 있다. (제공: 이낙연 캠프)ⓒ천지일보 2020.3.1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구기동 소재 양로원 외곽을 소독하고 있다. (제공: 이낙연 캠프)ⓒ천지일보 2020.3.11

총선 ‘빅매치’가 이뤄지는 서울 종로구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 국난극복 위원장,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직접 소독장비를 들고 방역에 나섰다. 의사 출신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아예 지난 1일 대구로 내려가 보름 정도 의료봉사를 했다.

이처럼 인지도가 있는 후보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현장에서 주민들을 만나면서 얼굴을 알려야 하는 정치 신인들과 군소정당 후보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마포을에 출마한 정의당 오현주 대변인은 최근 국회에서 본지와 만나 “정의당과 같은 군소정당 후보들은 발로 뛰면서 얼굴을 알려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중당 이은혜 대변인도 “지역구에 후보들이 많이 출마를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타격을 받고 있다”며 “특히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등 민중당이 진행하는 여러 가지 서명운동도 10만명이 목표인데 5만명 정도에서 멈춰버리고 말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코로나19가 블랙홀처럼 다른 이슈들을 빨아들이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코로나19 대응 성패가 총선 결과로 직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14일 “코로나19 조기 극복과 경제 위기 대응이 곧 선거운동이자 국난 극복”이라고 발언한 데 이어 이낙연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국 의회와 해외 언론은 우리를 우리보다 더 좋게 평가한다”고 주장하면서 정부 대응을 긍정적으로 자평하는 여론을 시작했다.

반면 통합당은 정부의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 조치를 미루다 방역의 ‘골든 타임’을 놓쳤다고 주장했고, 바이러스의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되자 ‘마스크 대란’을 중심으로 집중 공세를 펴고 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미래통합당 황교안 예비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3.1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미래통합당 황교안 예비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3.11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여론조사에선 ‘정부 지원론’과 ‘정부 심판론’이 팽팽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중앙선거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한 결과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 다수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43%,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답변은 43%로 동률을 이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총선 연기론까지 거론됐지만, 정부·여당은 이에 대해 일단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공직선거법은 천재·지변 등 부득이한 사유로 국회의원 선거를 연기할 수 있는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선거사무실이 폐쇄되거나 후보들이 자가격리에 들어간 경우도 발생했다.

대구 북구갑에 출마한 통합당 양금희 후보의 경우 선거사무장의 ‘사망 후 코로나19 양성’ 판정으로 자격격리와 동시에 감염 검사를 받았고, 서울 구로을의 민주당 윤건영 후보는 사무실이 있는 빌딩에서 콜센터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마찬가지 조처를 했다. 다만 두 후보 모두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온 상태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0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발병이 일어난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에 임시 폐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천지일보 2020.3.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0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발병이 일어난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에 임시 폐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천지일보 202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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