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11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전염병의 최고 경보 단계인 팬데믹을 선포했다. 그 배경에는 전 세계적으로 감염자가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로써 WHO는 1968년 홍콩 독감과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등에 이어 세 번째로 팬데믹을 선포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중국에서 첫 코로나19 발병이 보고된 이후 불과 약 70일 동안 확진자 수는 전 세계적으로 12만명에 육박하고 피해 국가도 110개국이 훌쩍 넘었다.
이로 인해 계속해서 사실상 팬데믹이 제기됐으나 주저하고 있었던 WHO는 결국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주 지역을 중심으로 더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선포를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WHO의 코로나19 긴급 위원회는 지난달 30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을 당시 발병 원인 규명과 치료법 개발에 협력해줄 것을 각국에 권고한 바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최근 2주 사이 중국 외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13배 증가하고, 피해국도 3배 늘었다”면서 “현재 114개국에 11만 8천여 건이 접수돼 4291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며칠, 몇 주간 우리는 환자, 사망자, 피해국의 수가 훨씬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11만 8천여 건의 확진 사례 가운데 90% 이상은 4개국에서 발생했고, 이 가운데 중국과 한국에서는 상당한 수준의 감소를 하고 있다”고 설명해 억제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81개국은 어떠한 사례도 보고하지 않았고, 57개국은 10건 이하의 사례를 보고했다”며 “모든 나라는 이번 팬데믹의 진로를 여전히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역, 공중 보건, 정치적 리더십, 사람들 등 네 가지 단어가 팬데믹보다 더 중요하다”며 각국에 적극적인 대처와 연대를 주문했다.
WHO는 과거 사람의 감염 위험이 낮은 상황(1단계)에서 일반 대중을 상대로 지속적인 전파가 발생해 증가하는 상황(6단계)까지 여섯 단계로 구분했다.
새로운 질병의 전 세계적인 확산을 뜻하는 팬데믹은 WHO가 사용한 전염병 위험 수준에서 가장 높은 단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