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시민 “사태 알고나 있나” 지적

마스크구매행렬 끝없이 이어져

정부, 업체에 마스크 생산 독려

[천지일보=김빛이나·이선미 기자] “아니,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왜 지금 판매를 안 합니까!” “번호표라도 줘요! 지금 사람들 와서 기다리는 거 안보여요?!”

고요하던 경남 창원의 한 마을 농협 앞에선 여기저기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원인은 ‘마스크’ 때문이었다. 주민들은 마스크를 사기 위해 새벽부터 나와 줄을 섰다. 하지만 대책 없이 기다리란 말이 나오자, 일부 주민들은 잔득 화가 난 목소리로 항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나타난 마스크 품귀 현상이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심각한 ‘마스크 대란’이 일고 있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나왔다는 창원의 한 주민은 “우체국이 9시에 문을 연다고 해서 구입하러가니 벌써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며 “막상 배부는 11시에 한다고 해서 발길을 돌려 농협으로 와보니 여긴 더 많은 주민들이 나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주민은 “새벽부터 나와서 줄을 서고 있는데 여기 모인 사람들 대부분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이라며 “오후 2시에 (마스크를) 판매한다고 하는데 그때까지 어르신들은 어떻게 기다리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 당국자들은 지금 다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런 사태를 정부는, 시는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책상에만 앉아있지 말고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이른 시간부터 서울 양천구 목동 행복한백화점을 찾은 시민들은 마스크를 사기 위해 ‘ㄹ’자로 설치된 대기선을 따라 길게 줄을 서며 거리를 가득 메웠다. 백화점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마스크 총 6만개를 판매할 예정이지만 시민들의 줄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3일 오전 마스크를 사기 위해 서울 양천구 목동 행복한백화점을 찾은 시민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천지일보 2020.3.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3일 오전 마스크를 사기 위해 서울 양천구 목동 행복한백화점을 찾은 시민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천지일보 2020.3.3

이 같은 마스크 대란이 계속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에 대한 사과와 함께 마스크 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정부서울청사에서 확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겸한 국무회의를 열고 “마스크를 신속하고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불편을 끼친 점에 대해 국민께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마스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첫째, 생산 물량을 빠르게 늘리지 못하면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가 어렵다”며 “생산업체들이 생산 물량을 늘릴 수 있도록 원재료 추가 확보 등 최대한 지원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어 “나중에 마스크 수요가 줄어드는 경우에도 정부가 일정 기간 남는 물량을 구입해 전략물자로 비축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생산업체들이 안심하고 마스크 생산 확대에 나설 수 있도록 독려해달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두 번째 방안으로 “정부가 공적 유통 체제로 나선 이상 공급에 여유가 생길 때까지 최대한 합리적이고 공평한 보급 방안을 강구해달라”며 “어떤 사람은 많이 구입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줄을 서서 기다려도 구입하지 못하고, 어떤 사람은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으로 구입해야 하는 등의 불평등한 상황을 반드시 개선해달라”고 했다.

세 번째 방안에 대해선 “수요만큼 충분히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현실을 그대로 알리고, 효율적인 마스크 사용 방법 등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노력도 병행해달라”고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이 세 번째로 제시한 ‘효율적인 마스크 사용 방법’과 관련해선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전날 “집에 있을 때 (마스크) 사용 안 하고 보통 3일씩 쓰는데 아직은 큰 지장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가 “집권여당 대표가 국민을 상대로 공급은커녕 수요 억제를 강조하는 발언은 적절치 않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행복한백화점에서 열린 마스크 긴급 노마진 판매 행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천지일보 2020.3.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행복한백화점에서 열린 마스크 긴급 노마진 판매 행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천지일보 20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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