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선거개입 사건 공소장
언론 통해 실명 전문 공개돼
“경찰에 김기현 집중수사 요구”
“경찰, 수차례 청와대 보고”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언론을 통해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 공소장 전문이 공개됐다. “정치적 부담을 감내하겠다”며 공소장 비공개를 선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결단도 무의미해졌다.
7일 동아일보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가 지난달 29일 송철호 울산시장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13명을 불구속 기소한 사건의 공소장 전문을 공개했다.
앞서 검찰은 송 시장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백 전 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문모 청와대 행정관,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등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공개된 공소장에 따르면 송 시장과 송 전 부시장 등은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을 문재인정부의 기조였던 ‘적폐청산’ 대상으로 만들자는 선거전략을 수립했다.
이를 위해 송 전 부시장은 김 전 시장의 주변 인물들과 관련된 진정·고발·소문을 취합해 정리했다.
그러던 중 황 전 청장이 송 시장 측에 만나자고 먼저 제의했다. 이에 송 시장은 2017년 9월 20일 황 전 청장에게 ‘김기현 관련 수사를 적극 진행해 달라’는 취지의 대화를 나누며 수사를 청탁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검찰은 이후 송 전 부시장이 2017년 9월 하순 민정수석실에서 일하던 문 전 행정관에게 전화를 걸어 “이전에 제보한 김기현 시장 등에 대한 경찰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데 해결방법이 없나”고 물었고, 문 전 행정관은 “김기현 관련 다른 것은 더 없느냐. 주변 인물들의 비리를 문서로 정리해 보내 달라”고 했다고 파악했다.
문 전 행정관은 송 전 부시장에게 ‘진정서(울산시)’라는 이름의 파일을 받은 뒤 ‘지방자치단체장(울산광역시장 김기현) 비리 의혹’이라는 첩보서를 작성했다. 검찰은 문 전 행정관이 그 과정에서 범죄첩보로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비위정보를 가공, 진정서와는 구별되는 첩보서를 생산했다고 보고 있다.
해당 첩보서는 상관이던 백 전 민정비서관에게 보고됐다. 검찰에 따르면 민정비서관은 선출직 공무원을 감찰하고 첩보를 수집할 권한이 없다.
검찰은 백 전 비서관이 이 첩보서가 민정비서관실의 직무 범위를 벗어나 위법하게 작성된 점을 알았고, 본인이 정치인 출신이라는 점까지 고려해 박 전 반부패비서관을 통해 “경찰이 밍기적 거리는 것 같은데 엄정 수사하게 해달라”며 경찰에게 하달되도록 했다고 판단했다.
첩보를 하달 받은 황 전 청장은 소속 경찰공무원들을 압박해 김 전 시장 관련 집중수사를 지시했다. 하지만 자신의 뜻대로 수사가 진행되지 않자 당시 수사를 맡은 지능범죄수사대장 등을 부당하게 인사발령 냈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검찰은 민정비서관실이 경찰 관련 수사를 보고 받는 부서가 아님에도 경찰 수사팀을 접촉해 내용을 확인하거나 보고하도록 지시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경찰은 4개월에 걸쳐 18차례 수사 상황을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송 시장 측은 산재모(母)병원을 추진하던 김 전 시장과는 차별화된 공략을 찾았고, 당시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소속 장모 전 선임행정관과 만나 공공병원 설립을 공약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장 전 선임행정관은 공공병원 공약을 수립할 때까지 산재모병원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발표를 미뤄달라는 송 시장 측 요구를 수용했다.
4월 송 시장 캠프가 공약 수립을 마치자 한병도 당시 정무수석 등은 선거를 코앞에 둔 5월 예타 결과를 발표하라고 지시했고, 기재부는 같은 달 24일 산재모병원이 예타에서 탈락했다고 발표했다.
이미 2월부터 산재모병원 유치실패를 김 전 시장 공격 빌미로 계획했던 송 시장 측은 울산시장 후보 TV 토론회에서 이를 실행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