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목사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연임에 성공했다. 단독 출마해 26대 회장에 당선된 것이다. 단독후보이기도 했지만 수많은 논란을 안고 있는 전광훈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이 됐다는 사실은 한국 개신교의 실태를 보여준다.

교세의 정도를 떠나 말 그대로 한국기독교 대표 단체를 자청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기총 대표회장의 자질은 한국 개신교의 실태를 반영하는 셈이다. 한기총의 뿌리인 보수 장로교부터 신사참배, 친일행각을 해온 측면에서 보면 시작부터 배교 행위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간 한기총을 대표하는 목사들은 외적으로는 나름 그럴싸한 학벌과 인품을 갖춘 듯 보였다.

그러나 현재 전광훈 목사는 교계 안팎으로 수많은 논란을 낳는 인물이다. 내란 선동 및 내란 음모 혐의를 비롯해 한기총 공금횡령 혐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학력조작 의혹까지 고발된 혐의만도 10여개에 달한다. 거기에 하나님을 섬긴다는 목사가 창조주를 향해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는 신성모독 발언까지 했다.

세상보다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기독교 단체대표를 선출함에 있어 회원들이 이런 후보를 별반 문제 삼지 않고 다시 재임시켰다니 한기총 존재 이유가 의문스럽다.

상식적인 수준의 도덕성이 없어도, 자신이 섬기는 신에 대한 기본적인 경외심이 없어도 정치세력이 있으면 한기총 대표회장을 유지할 수 있다면 한기총은 분명 종교의 탈을 쓴 일개 정당이라 할 것이다.

한기총 홈피에 게재된 공동신앙선언문 중 그리스도의 재림이라는 부분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인간이 땅 위에 이상향을 건설할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을 거부한다” “또 정의가 실현되고 하나님께서 영원히 통치하실 새 하늘과 새 땅을 간절히 고대한다”고 돼 있다. 맺음말에는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라는 표현이 있다.

그러나 30여년을 보내며 정체성을 잃은 한기총과 그 수장은 하나님이 통치하실 나라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자신의 입맛에 맞는 나라를 세우는 데만 혈안이 돼 보인다. 성경에 비추기 어렵다면 자신들이 공표한 선언문에라도 비춰 자신의 행보가 하나님께 영광이 되는지, 그 이름에 먹칠을 하고 있는지 판단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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