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0년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0년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작년 11월 이어 연속 동결
미중분쟁 완화·반도체 회복
디플레이션 우려 덜어내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7일 올해 첫 통화정책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25%로 동결하면서 작년 11월에 이어 두 번째 금리 동결을 이어갔다.

금통위는 지난해 7월과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두 차례 내린 바 있다. 이날 동결 결정은 시장 예상과 일치했다. 금융투자협회(금투협)가 지난 2∼8일 채권 관련 종사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한 100명 가운데 99%가 이번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시장에서의 이 같은 압도적인 동결 배경은 미중 무역분쟁이 1단계 합의에 서명하면서 완화됐고, 반도체가 부진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타는 등 경제 기표가 개선되고 있어 반등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제기된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하락과 경기침체) 경고음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작년 12월 0.7%로 반등하면서 우려를 덜어냈다.

문재인 대통령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긍정적인 지표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고, 이주열 한은 총재도 “최근 긍정적인 지표가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11월 산업활동 동향이 개선된 모습을 나타냈고, 소매판매나 설비투자 숫자도 개선된 모습”이라고 회복세로 진단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0년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0년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금통위는 세계경제가 교역부진이 이어지면서 성장세 둔화가 지속됐다고 진단했다. 국제금융시장은 미중 무역협상 진전 등으로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나타낸 가운데 최근 중동지역의 군사적 긴장 고조로 변동성이 일시 확대됐으며, 향후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보호무역주의 및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상황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경제는 부진이 일부 완화되는 모습을 나타냈으며, 건설투자와 수출이 감소를 지속했으나 설비투자가 소폭 증가하고 소비 증가세도 확대됐다. 고용상황은 취업자수 증가폭이 확대되는 등 일부 개선되는 움직임을 지속했다. 금통위는 올해 GDP성장률이 작년 11월 전망경로와 대체로 부합한 2%대 초반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또 건설투자 조정은 이어지겠지만 수출과 설비투자 부진이 점차 완화되고 소비 증가세는 완만하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농축수산물 가격의 하락폭 축소, 석유류 가격 상승 등으로 0%대 후반으로 높아졌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은 0%대 중반을,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대 후반을 유지했다.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1월 전망경로와 대체로 부합해 금년 중 1% 내외로 높아지고, 근원인플레이션율은 0%대 후반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시장에서는 국제금융시장 움직임, 반도체 경기 회복 기대 등의 영향으로 주가가 상승하고 원/달러 환율이 하락했으며 장기시장금리는 하락 후 반등했다. 가계대출은 증가규모가 확대됐으며 주택가격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높은 오름세를 나타냈다.

이주열 총재는 “현재 통화정책 기조도 완화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금융안정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 기준금리가 제로(0)까지 가는 것은 상정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아직 경기 회복이 더딘 데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때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 인하를 한 차례 정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상반기 중에 기준금리결정 통화회의는 2월 27일, 4월 9일, 5월 28일 세 차례를 남겨놓고 있다.

부산항에 수출할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천지일보DB
부산항에 수출할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천지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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