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수정 기자]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미투시민행동) 1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안태근 무죄 판결한 대법원 규탄’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0.1.13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미투시민행동) 1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안태근 무죄 판결한 대법원 규탄’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0.1.13

“인사불이익, 고질적 2차가해”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한 뒤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안태근 전 검사장에게 대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여성단체가 강한 반발의 목소리를 냈다.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미투시민행동)은 1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안태근 무죄 판결한 대법원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의 판결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성폭력과 조직 내 성폭력 문제 제기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 조치를 통한 무마 은폐, 입막음을 사법부가 제대로 들여다 봐야 하는 책무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투시민행동은 “수많은 사람이 있는 장례식장에서 법무부 장관을 보좌하던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이 평검사를 성추행했다”며 “검찰에서 이를 기소하고 1심과 2심에서 검찰 내 부당한 인사 조치가 있었는지 상세한 심리를 거쳐 2년 형을 선고했던 것은 그동안 이와 같은 사건들이 쌓이고 묵혀온 현실에 대한 최소한의 응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그동안 있었던 성폭력 무마 은폐에 이용돼 온 수단이자 도구인 인사 불이익 조치와 그에 대한 책임을 묻고 바로잡을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에 눈감았다”고 비판하며 사법부에 제대로 된 응답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들은 “7~8년을 조직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하다가 어떤 응답도 없었을 때, 피해자만 조직에서 조용히 나가기를 압박할 때 어떻게 해야 한다고 우리 사회는 가르쳐줬는가”라고 반문하며 “피해자의 용기 있는 목소리는 한국사회 많은 조직에서 무마, 은폐, 가해자보호, 피해자 고립을 자행해온 문제를 드러나게 했다”고 지적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대법원의 무죄 판결은 1심과 2심이 본 인사가 검찰 인사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검사인사의 원칙과 기준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라는 판단과 정면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직 내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인사원칙을 아니라고 말하는 대법원의 판단 근거가 대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김예지 한국YMCA연합회 성평등위원회 청년위원은 “어느 곳보다 정의로운 판결에 앞장서야 할 대법원은 사회의 요구에 역행하는 판결을 내렸다”며 “조직 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은 고질적인 2차 가해이자 피해 사실을 은폐시키는 도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가해자의 명백한 위력에 의한 직권남용이 존재했음을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대법원은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서지현 검사에게 보복성 인사를 단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태근 전 검사장에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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