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국내 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했던 베이비붐 세대들이 시니어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다. 이들은 주 소비층으로 떠올랐고 시니어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기업들은 아웃도어, 패션 브랜드 등 앞다퉈 시니어 모델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고 있다.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가 2020년부터 만 65세를 맞이해 본격적인 고령화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베이비붐 세대란 일반적으로 출산율이 높은 시기에 태어난 세대를 표현할 때 주로 쓰는 표현이다. 국내에서는 6.25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5년도부터 1963년에 태어난 세대를 뜻한다.

현재 베이비붐 세대의 인구 비중은 전체 인구의 약 14.6%를 차지한다. 한국의 경제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웠던 이들은 은퇴 후 새로운 삶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남편 혹은 아내를 위해, 혹은 자식을 위해 헌신했던 시니어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한 번도 주인공이 되어본 적이 없다. 이제 시니어가 브랜드가 되는 세상에서 이들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젊은 시절 시대적 환경에 억눌려왔던 본연의 끼를 다시 도출해 100세 시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시니어들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어떻게 하면 즐거움을 만끽하고 건강을 유지하며 유쾌한 에너지를 통해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가이다.

최근 신설동의 한 예술학교에서는 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배우고 도전하는 40, 50, 60대 시니어들이 많이 목격되고 있다.

특히 시니어모델과정, 트롯과정, 시니어마술과정, 레이디돌 과정 등 활동력이 강한 시니어들을 위한 문화예술 콘텐츠과정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숨겨왔던 자신의 에너지와 끼, 캐릭터를 발산해 전문 시니어모델로 도전하려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예술학교 시니어모델과정을 수료한 박채은(53)씨는 먹먹했던 가슴이 뻥 뚫린 기분이다. 점점 아름다워지는 자신의 모습을 통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또한 교육에 참여했던 모두가 젊은 모델 못지않게 뜨거운 에너지로 힘차게 도전했다고 말했다.

노래와 연기를 배우고 싶은 시니어들은 시니어창작뮤지컬을 통해 무대 위에서 노래하며 춤도 추고 열띤 공연을 통해 카타르시스는 물론,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문화예술 공연에 참여하고 있다.

마술에 관심 있는 시니어들은 시니어마술과정을 마치면 사단법인 한국마술문화협회에서 발급한 마술지도사 3급 자격증, 6개월 과정을 수료하면 마술지도사 2급 자격증을 수여한다. 시니어들은 시니어 마술수업을 통해 왜 마술사가 되고 싶은지, 잊고 살았던 나의 꿈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마술을 통해 서로 교감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교육시간을 갖게 된다.

정부와 서울시에서도 시니어 인력에 대한 전문성과 현장 인프라를 활용해 시니어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보급해야 한다.

시니어가 지닌 능력을 최대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사회 변화에 맞춘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시니어 맞춤형 교육을 개발하고 맞춤형 직무를 통해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아름다운 중년을 꿈꾸는 시니어의 열망은 높지만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 많지 않다. 정부와 교육기관에서는 경제적으로 윤택하고 활동적이며 자기관리를 잘하고 시간이 넉넉한 트렌드에 빠르게 반응하는 이른바 ‘패스트(FAST) 시니어’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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