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성평등을 강조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시행하는 징병제 시스템에 여성들도 어느 정도 서비스를 시행해야 되지 않느냐는 인식이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팽배하다. 최근 10만명 이상이 참여한 ‘여성 군의무 복무화’ 청와대 국민청원은 한국은 많은 부분에서 성평등 국가이니, 남성의 병역의무를 여성도 평등하게 이행하게 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여론조사의 결과를 보면 20대 남성들의 대다수가 “여자들이 군대안가는 것은 성차별”이라며 “인구수가 줄어들고 복무 기간도 줄어들고 있다 보니 결국엔 성별과 관계없이 군 복무를 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군복무 의무는 남성에게만 주어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논란이 돼왔다. “남성만이 군역의 의무를 지는 것은 차별이며 여성도 군역의 의무를 질 수 있다”는 중론도 나오면서 20대 여성들의 시각도 많이 변화되고 있다.

필자가 만나본 서울 모대학의 여대생은 “남성만 군역의 의무를 지는 것은 두 성별 모두에게 차별이다”며 “꼭 군 현역 복무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여성도 남성과 같이 사회복무 서비스, 노인케어, 유아케어, 군 행정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복무 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사회에서 여성도 남성에게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놨다.

여자들이 전반적으로 신체능력은 약할 수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수행할 수 있는 부분은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새로운보수당(새보수당)이 창당 1호 법안으로 군필자가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때 가산점을 최대 1%까지 부여하는 내용의 ‘군 복무 가점법(제대군인법·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태경 새보수당 책임대표는 ‘여성 희망 복무제’를 공식 발의했다. 청년장병들이 공무원 시험을 치를 경우 1%의 군가산점을 부과하고 여성도 원하면 입영할 수 있는 여성희망복무제를 패키지로 발의해 성평등도 실현시키고 군복무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보상하고 명예를 지켜줘야 한다는 취지다.

세계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의무복무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북한, 에리트레아공화국, 이스라엘, 리비아, 말레이시아, 타이완 등 11개국이다. 특히 노르웨이는 과거 남성만이 징병 대상이었지만, 사회주의 정당 소속 여성 당원들 주도하에 법안이 통과되면서 2015년부터 여성 징병제가 도입됐다.

국내에서는 2005년에 여고생이 군대에 보내달라며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이 학생은 “남자는 아무런 제약 없이 군대에 갈 수 있지만 여자는 현역병으로 복무할 수 없고 지원 조건도 까다로워 양성평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군 제대를 한 20대 남성들은 자신이 복무한 2년에 가까운 시간을 강제로 쏟아 부었지만, 사회는 이에 대한 인정과 대접을 하지 않고 있다. 군 제대를 한 남성들은 취업난에 허덕이고 오히려 등한시 되고 있다.

이미 10여년 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안보포럼 ‘안보! 남성만의 영역인가?’ 토론회에서 ‘여성 의무복무’ 주장이 제기됐다. 김화숙 재향군인회 여성회 회장은 “만 18세 이상 여성이 1년에서 1년 반가량 병역 의무를 지는 것을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다. 시대가 변한 만큼 적극적으로 논의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하태경 의원이 주장한 여성 희망 복무제를 도입하자고 한 취지를 고민하고 실현할 때다. 국회는 여성도 군대 혹은 사회공익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적합한 징병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시급한 문제는 부족한 병역자원 해소며 성평등이다. 한쪽 성만 이어온 징병제는 우리 사회 남녀차별의 근간이 되는 제도며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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