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논단] 인간을 사지로 내몬 반인권적 행위
[통일논단] 인간을 사지로 내몬 반인권적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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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정말 안타까운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의 북한 주민 인권 외면이 사실로 검증되었다. 정부의 뒤늦은 발표에 따르면, 16명을 살해한 북한 흉악범 2명이 지난 2일 동해 북방한계선을 넘어 귀순을 요청했고, 관계 당국의 조사를 거쳐 7일 북한으로 ‘추방’했다. 추가 규명이 필요한 부분이 수두룩하지만, 정부 발표만 보더라도 반헌법적·반인권적 조치임은 물론 대북 저자세도 심각하다. 유사한 일이 재발할 경우에 대비해서라도 분명한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 과연 앞으로 북한 주민들이 이 나라를 희망의 나라로 여기고 또 찾아올지 걱정부터 앞선다. 몇 가지 측면에서 정부의 결정은 오류의 극치라고 비판할 수 있다.

우선, 정부의 결정은 헌법 위반이자 명백한 사법 주권(主權) 포기라고 할 수 있다. 헌법상 북한 주민도 귀순 의사를 밝히는 순간 대한민국 국민 신분이 된다. 더구나 그들은 엄연히 우리 땅에 들어온 사람들이었다. 아무리 중한 범죄자라고 해도 일단 국내 사법 절차에 따라 수사와 재판을 거쳐 처벌해야 한다. 사형을 선고할 수도 있다. 그런데 3일 동안 관계기관 조사를 거쳐 북한에 송환을 통보하고 인계했다. 그런 중범죄에 대한 수사를 그렇게 대충 해선 안 된다. 상식적으로도 3명이 16명을 살해했다면 정교하게 따질 일이 많을 것이다. 이런 주권의 당당한 행사보다, 남북 관계에 불필요한 걸림돌을 만들지 않겠다는 굴욕적 저자세가 앞선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과연 3명이 16명을 그렇게 단숨에 살인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그들이 승선했던 선박은 경우 겨우 17톤 밖에 안 되는 물고기 잡이 어선이다. 아마도 9명 정도가 타도 벅찬 공간이었을 것이다. 설사 총으로 살해해도 16명을 한꺼번에 죽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문제는 16명이란 인원이 과연 그들 두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인지 아니면 북한 당국이 이른바 ‘비선라인’을 통해 우리 측에 전달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마지막으로 우리 정부는 범죄자여서 북한이탈주민보호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내세우지만 이 역시 궤변이기는 마찬가지이다. 그 조항은 탈북민 정착에 필요한 여러 가지 경제적 지원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취지일 뿐, 범죄 수사와 처벌까지 포기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즉 그들을 송환하고 말고 하는 문제와는 동떨어진 주장인 것이다. 북한 선원들이 송환에 반발하며 자해할 위험이 있어 적십자 관계자 대신 경찰이 에스코트를 했다고 한다. 이런 강제 북송은 심각한 반인권이다. 인도주의와 거리가 먼 강제추방 행위를 한 정부의 의도를 읽을 수 있는 또 다른 팩트이다.

한 가지 더 우리 국민들의 알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 사건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 정보는 정부 당국자 전유물이 아니다. 이 정도 사건이면 당연히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우연히 언론에 포착되지 않았다면 끝내 숨겼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이렇게 숨기고 넘겨준 북한 사람들이 지난 1-2년간 얼마인지 누구도 모른다. 그러나 언젠가 그 진실이 밝혀질 날이 반드시 온다는 것을 왜 이 정부 집권자들은 모른단 말인가. 정부는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히고, 사과하고, 문책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에 굽실거리느라 주권까지 포기하는 일이 다시는 없을 것임을 약속해야 한다. 다시 하면 요약하면 이번 사건의 모든 원점은 북한 정권에 잘 보이려는 이 정부가 만들어낸 희대의 ‘살인극’이다. 북한 사람들이 북한으로 돌아갈 경우 어떤 처형을 받으리란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본인들이 사형에 처해진다는 것은 200% 사실이고, 세기말적인 연좌제가 존재하는 북한에서 그 가족 친척들도 형장에 서야 할 것이다. 어느 누구도 그들이 우리 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으로 합류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만약에 우리 대한민국 법으로 단죄할 경우 최소한 무기징역이 나올 것이다. 그래도 목숨만은 건져 자유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다행인가.

북한은 정상국가가 아니다. 비정상국가에서 발생한 범죄는 참작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살인 그 자체를 용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좀 더 시간을 두고 구체적으로 조사해 답을 얻었다면 우리는 김책항에서 출항한 그들을 통해 함경북도 길주군의 풍계리 핵실험장 비밀도 얻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아마도 그들은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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