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방위원회의 해병대 국정감사에서 이승도 해병대사령관이 답변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019.10.16
국회 국방위원회의 해병대 국정감사에서 이승도 해병대사령관이 답변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019.10.16

靑 전화 질책 의혹에 이승도 해병사령관 “사실 아니다” 했지만…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 “진실 규명 필요해… 계속 확인해볼 것”

靑, 국가안보 책임지는 ‘군 소신발언 의지 꺾는다’ 비난 받을 수도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청와대가 ‘과거 함박도 초토화 계획’ 발언을 한 이승도 해병대사령관에게 전화를 해 질책을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 사령관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청와대가 군의 안보의지를 꺾는다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21일 국방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은 “청와대가 해병사령관에 전화해서 ‘왜 그렇게 대답했나. 불편한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며 “그런 사실이 있나”라고 이 사령관에게 물었다.

이에 이 사령관은 “전화 받은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백 의원은 “나중에 진실규명이 필요하다”며 “(청와대가) 질책성 주문을 했다고 한다. 전화 받은 분이 안 받았다고 하니 계속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이 함박도에 초소를 세우고 레이더 시설까지 갖춘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 15일 해병대사령부 국감에서 서청원 무소속 의원이 “북한 선박이 함박도에 접안할 당시인 2017년 어떤 조치가 있었나”라고 질의하자, 이 해병사령관은 “유사시 초토화시킬 수 있도록 해병 2사단의 화력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이날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 사령관의 발언에 대해 “나의 지휘 마인드를 잘 표현해줘서 해병사령관에게 고맙다”며 “자신의 결기나 의지를 담아서 잘 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에 정 장관은 함박도에 북한이 초소를 세운 것에 대해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북한과 대화 분위기에 발맞추기 위한 절제된 발언으로 평가된다. 정 장관도 북과 대화 분위기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강한 군대가 필수라고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정말로 이 해병사령관에게 전화를 해 질책을 했다면, 마땅히 군인으로서 강한 의지 표현을 해야 하는 것까지도 막는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청와대의 입장은 북한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TV가 지난 19일 ‘연평도를 벌써 잊었는가?’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이 해병사령관의 발언을 비난하며 “우리 영토에 대한 초토화 계획이라는 것까지 공개하는 망동을 부렸다”고 말한 것과 입장을 같이 하는 꼴이 됐다.

지난 18일 이석복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대수장) 운영위원장(예비역 육군 소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북한 입장에서는 연평도 등 서해 5도는 목에 가시”라며 “과거 2014년에는 김정은이 배를 타고 직접 서해 섬들을 시찰했었는데, 자신이 명령하면 연평도나 백령도 등을 점령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우리 군이 북한이 서해 5도를 점령하고자 하는 점을 예상하고 이를 대비한 초소는 아닌지 항시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함박도의 북한 초소의 위험성이 있는 만큼 이 해병사령관의 함박도 관련 언급은 그 중요성을 인지한 군인으로서 소신 발언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청와대가 이러한 이 해병사령관에게 질책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청와대가 군의 사기를 꺾는다는 비난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TV가 19일 '연평도를 벌써 잊었는가?' 제목의 영상에서 2010년 연평도 포격을 거론하며 '유사시 함박도를 초토화할 계획을 세웠다'고 밝힌 이승도 해병대사령관을 비난했다. (출처: 연합뉴스)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TV가 19일 '연평도를 벌써 잊었는가?' 제목의 영상에서 2010년 연평도 포격을 거론하며 '유사시 함박도를 초토화할 계획을 세웠다'고 밝힌 이승도 해병대사령관을 비난했다.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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