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계현황 사망·실종자 더 늘 듯
이틀 만에 年 강수량 ⅓ 쏟아져
제방 12곳 붕괴·77개 하천 범람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제19호 태풍 하기비스가 일본 열도를 강타해 수십명이 사망 혹은 행방불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하기비스가 일본 본토를 지나가면서 23명이 목숨을 잃고 16명이 실종됐다. 오후 4시 30분 현재 부상자는 166명으로 파악됐다. 집계가 진행함에 따라 사망자나 실종자 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기상청은 하기비스가 이날 오전 9시쯤 일본 삿포로 남동쪽 약 440㎞ 부근 해상에서 온대 저기압으로 변질했다고 밝혔다. 온대 저기압은 보통 한랭전선이 온난전선을 추월해 폐색전선이 되면서 소멸 수순을 밟는다.
하기비스가 일본을 통과하면서 각지에서 연간 강수량의 30~40%에 해당하는 비가 이틀 사이에 쏟아졌다. 강풍과 폭우의 영향으로 전날(12일) 한때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에서 42만여 가구가 정전피해를 보기도 했다.
이날 새벽까지 48시간 동안 강수량은 시즈오카현 이즈(伊豆)시 이치야마(市山) 760㎜, 사이타마(埼玉)현 지치부(秩父)시 우라야마(浦山) 687㎜, 도쿄 히노하라무라(檜原村) 649㎜에 달했다. 또 미야기(宮城)현 마루모리마치(丸森町) 힛포(筆甫)에 24시간 동안 587.5㎜, 폐로 중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에 가까운 후쿠시마현 가와우치무라(川內村) 441㎜, 이와테(岩手)현 후다이무라(普代村) 413㎜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이들 지역은 모두 기상청의 관측 사상 최대 강수량을 기록했다.
이번 태풍으로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의 아파트 1층이 침수돼 60대 남성이 숨졌으며, 지바(千葉)현 이치하라(市原)시에서 돌풍으로 차량이 옆으로 넘어져 차에 타고 있던 1명이 희생됐다. 아시카가(足利)시에서는 13일 새벽 피난소를 향하던 승용차가 물에 잠겨 이 차에 타고 야마모토 도시코(山本紀子·85)씨가 목숨을 잃었다. 동승한 야마모토씨의 남편과 장녀는 소방대원에 의해 구조됐으나 야마모토씨는 저체온증에 의한 급성심부전으로 사망했다고 교토통신은 보도했다.
국토교통성은 13일 오후 3시를 기준으로 10개 하천의 12개 지점에서 제방이 붕괴한 것으로 집계했다. 강물이 제방을 넘어간 것으로 확인된 곳은 국가 관리 하천 14개, 광역자치단체 관리 하천 63개로 집계됐다고 NHK는 전했다.
범람 위험이 커지면서 즉시 피난을 명령하는 피난 지시와 피난할 것을 권고하는 피난 권고의 대상자가 기록적으로 늘었다.
전날 오후 10시를 기준으로 187만 가구·397만명에 대해 피난 지시가, 408만 가구·908만명에 대해 피난 권고가 내려졌었다. 또 노약자에게 일찌감치 피난할 것을 권고하는 피난 준비도 4338만 가구·781만명을 대상으로 발표돼 피난 대상자가 2000만여 가구에 이르렀다.
일본 기상청은 전날 오후 수도권과 도호쿠 지방 등의 13개 광역지자체를 대상으로 경보 중 가장 높은 ‘폭우 특별 경보’를 발표했지만, 태풍의 세력이 약화하면서 이날 오전까지 모두 해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