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의 아침평론] 어수선한 ‘조국 정국’ 結者解之가 정답
[정라곤의 아침평론] 어수선한 ‘조국 정국’ 結者解之가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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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라곤 논설실장/시인

 

‘예창멍뚜어(夜長夢多)’라는 중국속담을 직역하면 ‘밤이 길면 꿈이 많다’는 뜻이지만 사안이 생겼을 때 즉시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시간이 흐를수록 일이 꼬이고 해결하기가 어려움을 잘 나타내는 말이다. 즉 ‘머뭇거리며 시간을 너무 오래 끌수록 많은 문제가 생긴다’는 것인데, 굳이 우리 속담과 비슷한 걸 찾는다면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정도다. 이 속담 또한 ‘나쁜 일을 아무리 남모르게 한다고 해도 오래 두고 여러 번 계속하면 결국에는 들키고 만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로 ‘조국 사태’로 얼룩진 사회상을 잘 반영하는 대표적 말로 등장하고 있다.

조국 장관이 지난번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 집요한 후보 사퇴를 받았다.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과 관련해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있어 일국의 법 집행을 총괄하는 법무부 장관으로서는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사퇴할 용의 없느냐”는 여러 청문위원들의 질문에도 그 문제는 자신이 결정할 게 아니라 내정한 청와대의 뜻에 따르겠다고 답변했던 것이다. 그 후 그는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법무부 장관직에 올랐는데, 여러 의혹들이 있지만 임명의 결정적 요인은 검찰개혁의 적임자로서 문 정부의 핵심 현안을 처리할 능력을 갖췄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자의든 타의든 간에 이렇게 해서 말 많고 탈 많은 조국 후보자가 법무부장관이 된 이후에도 오히려 후보자 검증의 시간보다 더 많은 의혹이 쏟아졌고, 마침내 검찰에서는 청문회가 끝나던 날 밤에 그의 부인 정경심 교수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했고, 조 장관과 가족 관련 혐의가 계속 불거져 검찰에서는 두 달 가까이 수사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 처했다. 지난 8월 초부터 지금까지 이 나라에서는 온통 ‘조국 이야기’로 밤을 지새웠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뜩이나 ‘조국 사퇴’로 나라 안이 어수선하고. 청와대 말을 빌리면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 참석하고 트럼프 미 대통령과 한민정상회담을 한 자세한 내용도 국내의 ‘조국 이야기’에 묻혀 빛을 발하지 못했다는 볼멘소리고 보면 그만큼 국민 관심사가 조국인데, 설상가상으로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자택으로 압수수색 나간 검사와 통화했음이 확인돼 또 다시 논쟁에 기름을 붓고 말았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여당에서도 법무부 장관이 검사와 통화한 사실에 대해 그 통화 내용이 어떻더라도 부적절한 처사라는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그래도 조국 장관은 검사에게 압력을 가했거나 수사를 방해란 적 없다고 했다. 자택 압수수색 당일 아내가 걱정돼 전화를 했다는 것이고, (아내가) 상태가 안 좋으니 차분히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인데, 이 말조차도 전화를 받은 검사측에 의해 “신속히 처리하라”는 말을 여러 번 했고, 압력으로 느껴졌다고 했으니 매우 부적절한 처사임이 틀림이 없다. 조 장관이 하지 말아야할 일을 했다는 게 시중의 중론이다. 조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일하다가 법무부 수장 자리에 오른 살아있는 권력이다. 그러한 자가 정상적인 법 집행을 나간 검사와 통화를 해 사적 부탁을 하다니 이런 경우가 어디 있는가. 권력자적 무신경은 비판받아야 마땅한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온갖 조국 장관 관련 이야기가 떠들썩하다. 이는 당사자와 배우자, 아들과 딸, 동생과 이혼한 그 부인, 5촌 조카 등 가족들이 관련돼 있는 갖가지 사안들 가운데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 불리기 등 재(財)테크 보다는 아들딸에 대한 특혜성(?)이 우리사회의 보편적 가치로 상징되고 있는 공정과 정의에 반해 이뤄졌다는 혐의이고, 보통사람들이 가질 수 없는 일인 동시에 그로 인해 대학생들이 가질 수 있는 대학, 대학원 입학과 장학금 수령 등 기회를 박탁당한데 대한 울분이 섞여있기도 하다.

공직자의 바른 자세는 멸사봉공(滅私奉公)이라 했거늘, 사적 내용보다는 공공을 먼저 헤아려야 하는 조 장관이 자신의 주택 압수수색에 나선 검사와 통화를 해 아내를 걱정하면서 차분히 하라, 배려해달라고 했다니 공보다는 사가 우선인 행위였다. 조 장관은 지난 2013년 5월 당시 국정원 댓글조작 의혹을 수사하던 권은희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이 전화하자 자신의 트위터에 ‘김용판 전 청장, 권은희 수사과장에 직접 전화’라는 기사를 링크하고 “증거인멸 우려가 매우 높은 김용판, 구속 수사로 가야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자신의 같은 행위는 괜찮다는 식이니 ‘조로남불’의 신조어가 유행을 탈만 하다.

숱한 의혹들이 장차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을 통해 하나하나 그 진위가 밝혀지겠지만 그 전까지는 조국 사태가 확산되면서 우리사회의 국론분열은 가중되고 있다. 조국 장관의 언행과 관련된 혐의들은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정의에 반(反)하고 공정사회에도 어긋나는 일이라 많은 사람들은 우려하고 있는 지금, 정부여당은 검찰 개혁 빌미로 조국을 방어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더 늦기 전 결자해지의 현명한 선택이 따라야 하건만 싹수가 노랗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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