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제품 불매운동=독립운동”
대학생·직장인·주부도 동참
연령 다양해지고 종류 확대
“중단 NO, 끝까지 가보자”
평화집회 등 집단 움직임도
[천지일보=김정필, 이승연 기자] “목숨을 건 독립운동과는 비교도 안 되겠지만, 독립운동하는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이란 나라를 다시는 우습게 보지 못하게 대한민국 국민의 결집력을 보여줘야 한다.”
한 마트에서 만난 60대 주부 최모(서울 용산구)씨가 결의에 찬 눈으로 목소리에 한껏 힘을 주었다. 흐지부지 끝날 것이라던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민초를 중심으로 들불 번지듯 번져나가고 있다.
지난 28, 29일 시내 곳곳에서 만난 불매운동 참여자들의 마음에는 최씨처럼 일본의 부당한 압박에서 해방을 원하는 애국심이 자리해 있었다. 또한 불매운동 품목은 한달 사이 식품과 패션을 넘어 가전, 문구 등 일상으로 깊이 확대되고 있었다. 연령층 역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계속되는 일본 주요 정치인들의 망언과 SNS 덕에 오히려 가속도가 붙고 있었다. 특별히 드러내진 않지만 조용히 생활 속에서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시민도 많았다.
이성만(가명, 39, 남, 서계동)씨는 “처음엔 나도 ‘이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했었고 사실 우리 정부도 외교적으론 일정 부분 잘못이 있다고 생각해 불매운동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었다”며 “하지만 SNS에 불매운동의 필요성에 대해 올라온 여러 글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고 지금은 적극 동참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제품 원산지를 확인하는 버릇까지 생겼다”고 덧붙였다.
남승현(가명, 20대, 남, 대치동)씨도 최근 3박 4일로 예정됐던 일본 여행을 결국 취소했다. 남씨 역시 SNS 영향이 컸다. 그는 “주변에 친구들도 SNS를 보면 일본 여행을 취소하고 다른 나라로 변경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며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뭐라 하지는 않지만 사회적 분위기에 공감해 취소했다”고 말했다.
불매운동 움직임이 흐지부지되는 데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장진석(가명, 20대, 남)씨는 “기왕 시작한 불매운동이 흐지부지 끝나지 않게 사태가 제대로 마무리될 때까지 이어 나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최씨 역시 “일본이 무릎을 꿇을 때까지 이번에는 끝까지 불매운동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조용히 불매운동에 동참한다는 경우도 많았다. 직장인 이재연(가명, 37, 인천시)씨는 “거래처에 일본관련 기업도 있어 드러내놓고 불매운동에 참여한다고 말은 못 하지만 생활 속에서 동참하고 있다”며 “여름에 자주 입던 유니클로 제품 대신 다른 브랜드 제품을 샀다”고 말했다. 서울로 휴가를 왔다는 김현재(22, 남, 대구 달서구)씨도 “자주 사던 유니클로와 이치방시보리 맥주는 물론 학용품도 국산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캘리그라피 소모임을 주관하는 이은영(가명, 27, 여, 용산구)씨도 고민에 빠졌다. 이씨는 “캘리에 사용되는 펜이 일본 제품인데 비슷한 품질의 대체 제품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묻고 SNS도 살펴보고 있는데 마땅한 게 없다”며 “모임을 중단하는 방법까지 고민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대학생을 필두로 한 조직적인 움직임도 포착됐다. 폭염에 시내 한 유니클로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조슬기 (27, 여, 대학생 겨레하나 회원)씨는 “과거의 역사는 하나도 인정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보복 조치로 수출규제를 하고 있는 일본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불매운동과 SNS를 통해 표출되고 있다”며 “우리가 한목소리를 내야 우리 정부도 더 강하게 요구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이를 위해 8월 15일 국제평화행진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명동에서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남인철(가명, 40대, 남)씨는 “일본 직원은 최근 가족들에게 안부 전화를 많이 받을 정도로 일본인들의 우려도 크다”며 “불매운동의 취지는 좋지만 정치는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국내 언론이 불매 운동을 선동하는 것 같아 아쉽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장사가 더 안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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