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방침을 발표한 지 한 달째가 됐다. 일본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국을 백색국가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방침을 정한 가운데 내달 2일 아베 신조 총리가 각의(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반일 감정이 확산되는 등 점점 한일 무역전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국내 경기지표와 증시, 전 산업에 걸쳐 직간접적인 영향이 나타나고 있으며, 장기화될 경우 국내경기 침체는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 달째를 맞은 수출규제가 우리 경제에 전반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알아본다.

 

부산항에 수출할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천지일보DB
부산항에 수출할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천지일보DB

 

8개월 연속 수출 감소 예약
중화학공업 전망 최저치
투자자 심리위축에 증시요동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일본의 수출 규제가 우리나라 경기 전반에 걸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가 되면서 점점 국내 경제가 장기 침체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아직은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경기지표에 반영이 되려면 10월쯤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워낙 수출 규제를 할 것이란 발표 직후부터 산업 전반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받아 크게 흔들렸기 때문에 8~9월에라도 수치적으로는 어느 정도 가늠이 될 것으로도 짐작된다.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마이너스를 이어온 수출은 사실상 전년동기 대비 8개월 연속 감소가 예약된 상황인 데다 수출규제가 본격화된다면 올해는 마이너스를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도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앞당겨 빠른 대응에 나섰고, 올해 한 차례 더 추가 인하가능성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주요 기업들의 8월 경기전망도 더욱 부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9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해 발표한 8월 기업경기 전망도 15개월 연속 ‘부정적’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전망치는 80.7을 기록해 2009년 3월 이후 10년 5개월 만에 최저치로 나타났다. 기준선(100)보다 낮으면 부정적 전망을 하는 기업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주력산업인 중화학공업의 종합경기 전망도 71.9로, 2009년 2월 이후 가장 낮게 나타났으며 중화학 공업의 내수(75.1)와 수출(78.9) 전망 역시 동기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기업들이 일본의 수출규제가 아직은 괜찮지만 앞으로가 문제라고 본 탓에 부정적 전망이 크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른 경기지표와 함께 기업의 경기전망 역시 크게 하락하면서 하반기 경제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내외 리스크 대응과 함께 민간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라면서 “단기간 해결책보단 일본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소재부품 국산화와 경쟁력 확대가 방안으로 꼽히고 있으며, 화학물질이나 기타 다른 분야에 대해 ‘화평법(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등의 규제 완화도 하나의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수출 규제, 한국 WTO 제소 (출처: 연합뉴스)
일본 수출 규제, 한국 WTO 제소 (출처: 연합뉴스)

국내 상장기업의 연간 영업이익 기대치도 수출규제의 영향을 받아 약 4조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가 있는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295개사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25일 기준 141조 659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방침을 발표하기 직전인 지난달 28일 기준 전망치(145조 3218억원)보다 3조 6619억원(2.52%) 내려간 수치다.

국내증시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위축되면서 크게 조정을 받아 수출규제 영향이 그대로 나타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6일 기준 최근 한 달간 코스피 상장종목 시가총액은 약 42조원, 코스닥은 약 13조원 각각 증발했다. 2100선까지 올라갔던 코스피는 29일 기준 2020선까지 하락했다. 코스닥 역시 700선에서 610선까지 떨어졌다.

다만 이 와중에도 코스피는 지난 15일부터 외국인이 10거래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벌였고, 반대로 코스닥은 외국인 팔자 행진에 크게 술렁이는 분위기다. 직접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대표 업체들이 소속된 코스피 시장보다 코스닥 시장이 오히려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것. 코스닥은 29일 4% 폭락하며 2년 3개월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이에 대해 이영곤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닥은 개인 외에는 이렇다 할 매수 주체가 없다 보니 글로벌 경기 둔화와 일본의 수출규제, 기업 실적 부진 등 국내외 악재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투자심리가 계속 나빠지고 있다”고 원인을 설명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홍남기(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19 세법개정안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7.2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홍남기(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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