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 (출처: 아프리카 TV)
유승준 (출처: 아프리카 TV)

대법 “비자발급 거부 위법”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 결정

파기환송심 끝나도 재상고 등

재판 절차 1~2년 걸릴 가능성

LA총영사관 비자 발급 결정시

다른 이유 들어 발급거부 가능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입대를 공언했다가 한국 국적을 포기한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 43)의 비자발급을 거부한 데 대해 대법원이 위법하다고 결론 낸 가운데 이 판결로 유승준이 당장 입국하게 되는 것이 아니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과연 유승준은 당장 대한민국 땅을 밟을 수 있을까?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 11일 유승준이 미국 주 로스앤젤레스(LA) 한국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앞서 국내에서 가수로 활발히 활동하던 유승준은 군 입대를 앞둔 2002년 돌연 미국국적을 취득하고, 한국 국적을 포기하면서 병역을 회피했다. 이에 당시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 11조 3항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사람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적용해 유승준의 입국을 금지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법원. ⓒ천지일보 2018.7.3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법원. ⓒ천지일보 2018.7.31

유승준은 입국이 거부된 지 13년이 된 2015년 국내 복귀를 시도하면서 9월 LA총영사관에 재외동포(F-4)비자를 신청했다. 그러나 영사관은 거부되자 국내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유승준이 입국해 방송 활동을 하면 자신을 희생하며 병역에 종사하는 국군 장병의 사기가 저하되고 청소년 사이에 병역 기피 풍조가 만연해질 우려가 있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법무부 장관의 입국금지 결정은 공식적인 방법으로 외부에 표시된 게 아닌 행정 내부 전산망에 입력한 것에 지나지 않다”며 “상급행정기관 지시는 내부에만 효력을 가질 뿐,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무부장관의 지시에 해당하는 입국금지결정을 그대로 따른 것이라고 해서 적법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증발급 거부처분은 재량행위이고, 피고는 재량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았으므로 해당 처분은 재량권 불행사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유승준 인터뷰, 13년 만에 무릎 꿇고 사죄 (사진출처: 아프리카TV)
유승준 인터뷰, 13년 만에 무릎 꿇고 사죄 (사진출처: 아프리카TV)

또 재판부는 재외동포법이 ▲재외동포의 대한민국 출입국과 체류에 대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외국국적을 취득한 경우에도 만 38세 전까지만 재외동포(F-4) 체류자격 부여를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비자발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비자발급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판결이어서, 유승준의 입국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대중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 당장 유승준이 국내 땅을 밟지는 못한다. 어쩌면 입국을 위해 또 다시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일단 대법원이 원심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낸 만큼 서울고법에서 이 사건 파기환송심이 열려야 한다. 파기환송심은 재판 과정에서 새로운 증거 등으로 사실관계에 변동이 생기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법원 판단을 따르는 게 원칙이다. 결국 비자 발급이 위법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피고가 이 판결에도 불복해 재상고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재판 과정만으로 1~2년이 훌쩍 흘러갈 확률도 높다.

가수 유승준씨가 2003년 6월 26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가수 유승준씨가 2003년 6월 26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재상고까지 마무리돼 대법원이 최종 확정 판결을 낸다고 해도 변수는 남아 있다. 정성득 병무청 부대변인은 지난 15일 “LA총영사관에서 다른 사유로 충분히 비자 발급을 거절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LA총영사관도 유승준에 대해 ‘스티브유’라는 미국 이름으로 표기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유승준에게 유리한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스티브유라는 호칭은 정 병무청 대변인 역시 “외국인”이라며 강조한 표현이기도 하다.

이 같은 LA총영사관의 입장으로 볼 때 다른 이유를 들어 유승준에 대한 비자발급을 거부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대법원도 파기환송 결정을 내리면서 “LA총영사관이 재량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한 만큼 법무부 결정이 아닌 이유로 비자 발급을 거부하는 ‘재량적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 43)씨에 대한 입국 금지를 청원하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가운데 16일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넘어 계속 늘고 있다. 게시 닷새 만에 이뤄진 것으로 ‘자유한국당 정당해산 청원’보다 그 속도가 빠르다.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 43)씨에 대한 입국 금지를 청원하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가운데 16일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넘어 계속 늘고 있다. 게시 닷새 만에 이뤄진 것으로 ‘자유한국당 정당해산 청원’보다 그 속도가 빠르다.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유승준 입국 거부에 대한 국민청원이 20만명을 돌파한 것도 변수다. 청원이 올라온 지 닷새 만인 지난 16일 ‘스티브유(유승준) 입국금지 다시 해주세요. 국민 대다수의 형평성에 맞지 않고 자괴감이 듭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에 20만명이 넘게 동의했다. 30일 이내에 20만명 이상의 추천을 받은 청원에 대해 정부나 청와대가 답변하도록 돼 있기에 어떤 형식으로든 정부가 답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굉장히 민감한 이슈인 만큼 여론의 눈치를 본 답변이 나올 경우 유승준의 입국이 또다시 미뤄질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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