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 (출처: 아프리카 TV)
유승준 (출처: 아프리카 TV)

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소송

앞서 대법원 “발급거부 위법”

바로 입국 가능한 건 아냐

LA총영사관 재상고 가능성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븐 승준 유, 43)씨가 사증(비자) 발급을 거부하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법원이 유승준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 행정10부(한창훈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유승준이 주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을 상대로 “사증 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한 사증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한다”고 선고했다.

2002년 한국 국적을 포기한 유승준은 입국이 거부된 지 13년이 된 2015년 국내 복귀를 시도하면서 9월 LA총영사관에 재외동포(F-4)비자를 신청했다. 그러나 영사관이 이를 거부하자 국내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비자발급 거부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가수 유승준씨가 2003년 6월 26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가수 유승준씨가 2003년 6월 26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1·2심은 “유승준이 입국해 방송 활동을 하면 자신을 희생하며 병역에 종사하는 국군 장병의 사기가 저하되고 청소년 사이에 병역 기피 풍조가 만연해질 우려가 있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생각은 달랐다. 올해 8월 11일 대법원은 유승준이 미국 주 LA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 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상급행정기관 지시는 내부에만 효력을 가질 뿐,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다”며 “처분이 적법한지는 상급행정기관의 지시를 따른 것인지 여부가 아니라, 헌법과 법률, 대외적으로 구속력 있는 법령의 규정과 입법목적, 비례․평등원칙과 같은 법의 일반원칙에 적합한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무부장관의 지시에 해당하는 입국금지결정을 그대로 따른 것이라고 해서 적법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증발급 거부처분은 재량행위이고, 피고는 재량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았으므로 해당 처분은 재량권 불행사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또 대법원은 재외동포법이 ▲재외동포의 대한민국 출입국과 체류에 대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외국국적을 취득한 경우에도 만 38세 전까지만 재외동포(F-4) 체류자격 부여를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비자발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유승준이 17년 만에 한국 땅을 밟을 가능성은 커졌다. 다만 여전히 LA총영사관이 재상고할 가능성도 있고, 대법원이 지적한 재외동포법 관련 내용이 아닌 다른 이유로 비자 발급을 거부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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