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보복 강도가 예상보다 더 우려할 수준까지 치닫고 있다. 일본 정부의 터무니없는 명분도 말문이 막히지만 다분히 일본 내치를 겨냥한 정략적인 의도가 강하다는 점에서 우리 국민의 분노도 그만큼 격화되고 있다. 물론 감정적으로 대응할 문제는 아니다. 그럼에도 특히 한국 내부의 국민 여론은 부담스러울 만큼 일본에 대항적이다. 그렇다고 우리 정부가 물러 설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자칫 뜨거운 여론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싸움의 끝이 어디로 갈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차근차근 후속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외교적 해법부터 찾는 것이 수순이다. 강경화 외교장관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통화를 통해 미국과의 공조 방안을 찾고 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백악관 관계자 등과의 협의를 위해 미국으로 직접 달려갔다. 동시에 WTO 등 국제기구를 통해서도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자유무역질서를 흔드는 일본의 경제보복은 국제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기업 총수들을 비롯해 민간부분에서도 일본을 방문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일부 기업의 문제를 넘어 한국경제의 시련이 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국제무역질서를 흔드는 심각한 도발이기에 모두가 이대로 구경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때마침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와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단호한 대처를 위해 ‘여야 5당 대표 회동’을 제안했다. 국가이익 앞에 진보나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으며 특히 일본의 경제보복은 여야 모두가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할 중대한 과제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11일 “국내 정치용 이벤트에 들러리 세울 때가 아니다”며 이 제안을 거부했다.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또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분노하고 힘들어 하는지를 잘 안다면 황 대표의 이번 회동 거부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황 대표는 문 대통령의 이번 여야 5당 대표 회동이 국내 정치용 이벤트라고 규정했다. 도대체 어떻게 만나야 국내 정치용 이벤트가 아닌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열 번을 양보해서 설사 ‘이벤트’라고 하더라도 일본 아베 정부에 보여주는 우리 정치권의 일치된 목소리마저 그렇게 못마땅하다는 말인가. 청와대도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된다. 황교안 대표가 끝내 거부한다면 나머지 여야4당 대표들을 초청해서라도 단결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황 대표의 끊임없는 태클에 청와대 회동이 통째로 발목이 잡히는 그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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