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생산현장에서 직원들이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의 투자는 반도체를 비롯해 신성장 산업에 집중된다. (제공: 삼성전자) ⓒ천지일보 2019.7.2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현장에서 직원들이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의 투자는 반도체를 비롯해 신성장 산업에 집중된다. (제공: 삼성전자) ⓒ천지일보 2019.7.2

日, 반도체 소재 3종 수출 제한

정부, WTO 제소 등 적극 대응

日 수출규제 장기화시 ‘치명타’

재고 점검 외엔 별다른 대책無

일본 소재기업도 타격 불가피

수출 전면 금지까지는 아닐 듯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일본 정부가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단행하자 우리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방침을 밝히면서 양국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첫 배상 판결과 관련해 경제적 대항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일본이 한국 경제의 반도체 의존도가 특히 높다는 점을 직접 겨냥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반도체가 올 상반기 한국 전체 수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17%에 달한다. 먼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전쟁의 휴전으로 한숨 돌린 국내 반도체 업체가 갑자기 불어 닥친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에 다시 비상이 걸린 셈이다. D램 가격이 6개월새 반토막 난 반도체 업체에겐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 규제에 대응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포함한 모든 조치를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일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수출상황 점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일본 정부에 유감을 표명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성 장관은 이날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WTO 제소를 비롯해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하겠다”며 “일본의 일방적인 조치에 대비해 수입선 다변화, 국내 생산시설 확충, 국산화 개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성 장관은 “수출제한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상 원칙적으로 금지될 뿐만 아니라 지난주 일본이 의장국으로서 개최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합의정신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를 시행하는 품목은 TV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패널의 핵심 재료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필요한 리지스트(감광재),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이다. 이들 3개 품목일본이 세계 시장의 70~90%를 점유하고 있는 필수 소재다.  

일본정부가 반도체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소재의 한국 수출규제를 발표한 가운데 1일 오후 수출상황 점검회의가 열린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 대회의실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모두발언을 하고있다. (출처: 뉴시스)
일본정부가 반도체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소재의 한국 수출규제를 발표한 가운데 1일 오후 수출상황 점검회의가 열린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 대회의실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모두발언을 하고있다. (출처: 뉴시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이들 품목의 한국 수출 절차를 간소화하는 우대 조치를 취해왔다. 하지만 오는 4일부터 한국을 우대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수출규제를 가할 방침이다. 우대 대상에서 제외되면 수출 계약별로 90일가량 걸리는 일본 정부 당국의 승인절차를 거쳐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는 수출 규제에 들어가는 소재의 재고 파악과 물량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보관 기간이 짧은 화학 물질이어서 무작정 재고를 쌓아둘 수도 없는 상황이다.

에칭가스는 그나마 국내에서 대체가 가능하지만, 리지스트의 경우 일본의 기술력이 독보적이라서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이 모두 전적으로 일본 업체의 공급에 의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 규제가 장기화되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일본에서 받는 공급물량이 절대적인 상황”이라며 “수출 승인 준비 외에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하소연했다.  

일각에선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를 전면적으로 실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면적인 수출 제한보다는 절차적인 측면에서 불편함을 주는 선에 그칠 것이라는 것이다.

일본 소재 업체들의 입장에서도 실적 타격이 클 수밖에 없어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한 업계 불황의 원인이 공급 초과에 있는 만큼, 일본의 수출 규제가 생산량을 줄이는 체제에 들어가고 재고를 소진하는 계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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