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철 기술경영학 박사

 

플랫폼(Platform)의 사전적 의미는 “역에서 기차를 타거나 내리는 곳”으로 되어 있다. 최근 IT산업에서 유행처럼 사용되고 있는 플랫폼 비즈니스(Platform business)란 여러 기업의 요구사항을 중개하고 기업 간 상호작용을 촉진하고 해당 시장의 경제권을 만드는 사업형태를 의미한다.

스마트폰, 컴퓨터, 게임기 제조업체, 소셜미디어 업체 등이 각종 소프트웨어 공급자들로 하여금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해 주는 것이 대표적인 그 사례라 할 수 있다. 마치 기차나 버스역에서 그 역과 관계 있는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사업의 한 부분으로 보고자 하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컴퓨터와 관련된 용어로 한정하면 플랫폼은 “응용프로그램을 실행하는데 사용되는 컴퓨터 아키텍쳐”로 볼 수 있다. 서울역에서 부산방면, 강원방면, 목포방면 등 여러 방향으로 기차를 보내듯이, 여러 응용프로그램들이 실행될 수 있는 장소를 말하는 것이다. 

플랫폼비즈니스의 핵심은 ‘혁신’이다. 즉 하나의 시스템을 단순히 그 기능을 수행하는 단편적 시각에서 벗어나 해당 시스템과 연관되거나, 조정, 융합을 통하여 새로운 기능이나 영역을 창조하려면 ‘혁신’의 개념이 도입되어야 하는 것이다. 상당한 기간과 투자를 통해 기업이 잘 구축한 플랫폼이 다양한 분야(제품 혹은 서비스 등)에 적용될 수 있다면 이는 훌륭한 ‘제품 플랫폼 혁신’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혁신 사례 중 잘 알려진 것이 1980년대 말 전 세계를 강타한 소니가 휴대용 라디오 카세트 시스템으로 발명한 ‘워크맨(walkman)’이다. 이는 그들이 개발한 ‘휴대용’이라는 플랫폼 개념은 그 이후 가전제품들에 적용되어 미니디스크, CD, DVD, MP3플레이어라는 새로운 제품을 탄생시키는 계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사례로는 혁신의 아이콘 기업인 생활용품 제조 거대 기업인 피앤지(P&G)의 경우인데, 피앤지는 세제에 쓰일 기술인 시클로덱스트린’이라는 기술 개발을 위해 대규모 R&D비용을 지출했는데, 정작 그 기술은 세제뿐만 아니라 악취제거제인 ‘페브리즈’, 비누, 향수인 올레이, 살균제, 표백제, 섬유유연제 제품에까지 적용되었다. 더구나 그 기술을 산업용 카펫 취급업체와 제약업체에 라이선스까지 하여 비용회수는 물론 해당 산업의 리더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진 바 있다. 

이러한 플랫폼 혁신은 기업들이 초기에 투자한 R&D비용을 회수하는 매우 극적인 방법이 될 수 있으며, 재정적 효과는 물론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상태로의 주도적 역할 수행이 가능하여 장기간 성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제품 플랫폼 혁신’을 넘어서 ‘플랫폼 리더십 혁신’이라는 형태의 혁신에 도달할 수 있다.

세계적 반도체 기업인 미국 인텔사의 사례를 보면, 1980년대 중반 IBM이 인텔 8068 중앙처리장치(CPU)를 기반으로 한 개인용 컴퓨터를 출시했을 당시에는 인텔이 사실상의 PC플랫폼 리더였었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인텔의 CPU를 직접 구매하지 않기 때문에 인텔제품에 대한 견해는 PC플랫폼을 구성하고 있는 다른 제품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PC플랫폼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을 어떠한 다른 제조업체들도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자 인텔은 1991년 인텔 아키텍쳐 랩(IAL)이라는 디자인 그룹을 설립하여, PC플랫폼 설계 향상의 수요를 촉진시키고, 보완적 제품의 혁신을 활성화하며, 외부 기업의 혁신을 조정하는 역할을 스스로 맡았다. 결국 이러한 활동을 통해 인텔은 PC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명실상부한 PC플랫폼 리더가 되었던 것이다. 생산을 위한 플랫폼이라는 그 자체가 사업이 되는 혁신적 마인드형성이 참으로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좋은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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